[전문가기고] 결단이 미래를 바꾼다
2016-07-17 17:35
이재석 카페24 대표이사
이재석 카페24 대표이사
1999년 KT는 아끼던 종합정보통신망(ISDN)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ADSL 초고속인터넷으로 과감히 노선을 바꿨다. 당시 ADSL 선두업체인 ‘하나로통신’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KT는 그 해 ADSL 점유율 경쟁에서 40%를 차지했고, 2년 후에는 업계 1위 명성을 탈환했다. 나아가 일본 NTT도 뛰어넘었다.
누군가는 KT에게 있어 이 기간을 뼈아픈 과거라 칭한다. 하지만 필자는 빠르진 않았으나 과감한 선택을 한 KT가 잘 했다고 본다. 만약 KT가 쏟았던 비용과 시간이 아까워 ISDN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면 지금의 초고속 통신망 국가,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는 없었을지 모른다.
수소차의 장점은 충전 시간이 짧고 주행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는 수소충전소 보급 계획을 세우고 제도 및 재정지원을 검토하는 등 앞장서 수소차 보급 실현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수소차에 대한 반감이 적은 모습이다.
산업이 크게 발전하려면 흐름이 중요하다. 조선업이 지고 항공산업이 뜨는 것처럼,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보이는 큰 맥락들이 있다. 국제 흐름을 간과한 발전은 우물 안 개구리들을 양성할 뿐, 세계 수준의 도약이 힘들다. 지금의 수소차가 그렇다.
자동운전이 먼 일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다른 여러 나라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운전자 없이 자동차 스스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시험주행에 성공하면서, 진정 자동운전 상용화는 머지 않았음을 시사해준다.
바로 이 ‘자동운전’이 전기차의 치명적인 단점을 훌륭하게 상쇄시켜줄 것이다. 자동운전이 상용화되면 충전은 차가 알아서 할 일이다. 운전자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중국의 경우 전기차 시장이 무섭게 커지고 있다. 지난 해에는 해외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의 전기차가 미국보다 많이 팔려 세계 1위 시장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비단 수요만 늘어난 건 아니다. 중국 자동차 생산 업체들이 속속 전기차 산업 안으로 쾌속 질주하고 있다. 왜 중국은 전기차에 몰입하는 것일까? 바로 빠르게 진입해야 될 산업, 전 세계를 크게 흔들 대세 산업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가 산업의 토대가 되는 기간산업 분야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쌓아왔다. 이는 세계 무대를 호령할 뿌리이자 여전히 희망찬 한국의 미래다. 바탕이 건재하니 앞으로 초점만 잘 맞추면 된다.
우리나라가 ADSL 방식을 채택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을 가질 수 있게 된 초석이 됐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가지고 있는 장점을 깨뜨리는 것에 겁을 먹으면 한치 앞을 볼 수 없다. 누군가의 이익 때문에 대세를 판단하지 못하면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장점은 끊임없이 발전시키되 새로운 산업 시장에 대한 문 또한 열려 있어야 급변하는 세계 흐름에 발맞출 수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과감한 결단이 기업, 나아가 국가의 미래를 바꾼다. 누가 미래를 바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