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영 전 대우인터 부사장 “미얀마 가스전 성공은 도전정신 덕분”

2016-07-17 09:00
쉐 가스전 개발 경험 ‘황금가스전’ 출간
도전정신 가진 회사만이 성공할 수 있어
“자원개발 지금이 적기, 도전은 계속돼야”

양수영 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 부사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2003년 12월 25일 성탄절 아침이었다. 시추선 현장에 나가 있던 직원들의 흥분된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40미터 이상 되는 엄청나게 두꺼운 가스층을 관통했습니다. 가스 함량도 매우 높습니다.”

“사암이 나왔습니까?”

“아주 양호한 사암 암편들이 같이 올라왔습니다.”

40미터 이상의 가스층에다가 가스 함량도 높으며 사암의 존재까지 확인되었기 때문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가스 발견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1997년 5월, (주)대우 에너지개발팀장의 자격으로 미얀마 석유개발 사업 참여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위해 이곳을 처음 방문한 뒤 6년여 만이었다.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 가스전’이 꼭꼭 숨어있던 모습을 드려낸 순간이었다.

미얀마는 세계경영을 주창한 대우그룹이 1980년대부터 진출해 전자제품 조립공장, 봉제공장, 합판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었고, 미국의 경제제재로 교역이 자유롭지 못한 이 나라에 원유와 경유 등을 공급하면서 신뢰를 쌓아가고 있었다. 석유개발사업도 대우의 기여도를 높이 평가한 미얀마 정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개발을 의뢰한 미얀마 서부 해상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했으나 유전·가스전 모두 발견에 실패해 철수한 뒤 20년 이상 어느 외국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을까? 양 박사는 “이상하게도 미얀마 정부가 대우에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버려진 광구를 던져줬구나’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면서 외국 회사들이 유망성이 없다며 포기하고 떠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이지만, 우리는 그들이 미처 보지 못한 가능성을 새롭게 찾을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정부에 A-1 해상광권 취득을 추진하기로 하고 1998년 2월 미얀마 정부에 참여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고, 이 여파로 대우그룹은 해체됐으며, (주)대우는 대우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바꿔 채권단 관리 하에 넘어가는 격변을 겪는다. 양 박사는 석유개발에 대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의 조건으로 모험심을 중시하는 기업풍토와 기업 최고 책임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를 등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석유공사를 나와 대우로 옮긴 이유였다.

하지만 그가 속한 에너지개발팀은 투자위주의 사업을 하는 조직이라 구조조정 대상 1순위 였고, 첫 단추를 꿴 미얀마 서부 해상광구 탐사 프로젝트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았다.

양 박사와 이태용 사장 등 대우인터내셔널 경영진은 채권단에서 파견한 경영관리단에 사업 성공가능성을 역설하고, 정부의 성공불융자를 받으면 회사 자체 투자규모는 200만 달러 정도면 된다며 설득했다. 마침내 경영관리단은 사업을 승인했다.

숱한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며 대우인터내셔널은 동남아 지역의 21세기 최대 규모의 가스전 개발에 성공했다. 미얀마 프로젝트는 대우의 마지막 도전정신이 발휘된 역작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 박사는 2016년 2월 대우인터내셔널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을 끝으로 회사를 떠났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대우로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했다. 그는 미얀마 서부 해상광구 탐스 프로젝트 성공담을 정리한 저서 ‘황금가스전’을 발간했다.

그는 “탐사정 시추의 성공률이 30%까지 이르지만, 미탐사 지역의 경우는 여전히 탐사정 시추에서 성공할 확률이 10%를 넘지 않는다. 우리는 과감하게 도전했지만 결코 무모하지는 않았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계산해 성공을 이룩했다”고 강조했다.

양 박사는 “유가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지금이야말로 석유개발에 투자할 만한 최적의 시기이다. 옥석을 구분해 유망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능력과 석유개발사업을 경영·관리하는 인력을 가지고 있어야겠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부족한 석유개발은 다시 부활하고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석유개발은 도전정신을 기업문화로 가진 회사만이 참여할 수 있다. 한 두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끈기있게 도전해야만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석유개발사업 중에서도 특히 탐사사업에 참여할 경우 성공의 환희보다는 실패의 좌절을 겪는 순간이 훨씬 많다. 그러나 수많은 실패 뒤에 찾아온 성공에서 느끼는 말할 수 없는 희열과 그간의 모든 투자비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 막대한 이익에 대한 기대가 있기에 오늘도 석유탐사는 계속되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자는 결코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오직 도전하는 자만이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