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판 일일드라마 '도앵행'…강독회로 '본방사수' 해볼까?

2016-07-13 17:28
국립한글박물관, 오는 22일 서정민 교수 발표로 강독회 진행

도앵행(桃櫻杏) [사진=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시아버지가 될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가문의 며느리가 되고자 하는 두 여인이 있다. 요지부동이었던 시아버지는 그들의 곧은 성품과 덕행에 마음이 움직이고, 두 여인은 결국 당당히 며느리로 인정 받게 된다. 

아침·저녁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는 일일드라마의 시놉시스가 아니다. 이는 조선 후기 규방 여인들이 베껴 쓰고, 돌려 읽던 고전소설 '도앵행'(桃櫻杏)의 줄거리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영평공주'와 '정위주'라는 두 여인으로, 작품 제목은 극중 정위주가 거처한 도원동 행화촌 앵도원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도앵행은 '조선시대판 일일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시집가는 외손녀를 위해 이 소설을 필사해 선물하고, 그 외손녀는 또 자신의 며느리에게 빌려 주며 함께 나누었다. 그만큼 흥미진진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은 오는 22일 오후 3시 도앵행 강독회를 진행한다. 고전소설 속 여성을 주제로 활발한 연구를 펼치고 있는 서정민 홍익대 교수는 이날 발표자로 나서고, 한글 서체의 아름다움을 연구해 온 정복동 성균관대 교수는 토론을 맡아 도앵행을 안팎으로 살펴본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도앵행의 이본(異本·기본 내용은 같지만 부분적으로 차이가 있는 책)은 모두 19종이다. 한글박물관은 이 중 박순호 구장본을 포함한 두 가지 종류의 도앵행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번 강독회에서는 두 이야기를 모두 다룰 예정이다. 

한글박물관 측은 "강독회를 계기로 도앵행 연구 대상이 다양한 이본으로까지 확대된다면 도앵행에 대한 논의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낙질본들끼리 짝을 지어 또 다른 완질본을 찾을 가능성(경희대 최윤희 2007년 논문 '도앵행의 문헌학적 연구')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도앵행 연구는 주로 완질본(完帙本·권수가 완전하게 갖춰진 한 질의 책)만을 대상으로 이뤄져 낙질본(落帙本·몇몇 권이 빠지고 없어 한 질을 이루지 못하는 책) 연구는 부족한 상태이다.

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두 가지 도앵행은 모두 낙질본이다. 

2016년 국립한글박물관 소장자료 강독회 일정[사진=국립한글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