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D 부회장의 기싸움···레이쥔 OLED 요구 단박 거절한 사연

2016-07-13 11:14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아주경제 (파주) 채명석 기자 = “레이쥔에게 쫑크를 먹은 적이 있었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에 소재한 LG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회장과의 만났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언제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지난 3월 LG디스플레이가 올 하반기에 샤오미의 스마트폰 신제품에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던 만큼, 둘의 만남은 그 이전에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 부회장은 중국에서 레이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LG디스플레이가 (모바일용 OLED 패널에서도) 1등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인사 차 말하자 레이 회장이 “그동안 우리가 기회를 많이 드렸지 않느냐”고 반문 했다고 한다. 최근 중국의 기업가들은 과거 자사와 협력관계를 맺어왔거나 제휴를 통해 중국사업 확대를 희망하는 한국 등 외국계 기업인들에게 “기회를 드렸다” 또는 “기회를 드린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제는 자기네들이 동등한 또는 우월한 위치에서 서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한 부회장은 이를 “쫑크 먹었다”고 표현한 것이다.

한 부회장은 곧바로 레이 회장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통상 거래를 위해 최고경영자(CEO)들이 만난 자리에서는 양사의 사업 및 제휴 목적 등을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 설명 시간이 마련돼 있으나 레이 회장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것이다. 당시 그 자리에 배석했다는 이방수 부사장(경영지원그룹장)은 그런 레이 회장을 보면서 “그의 스타일은 스마트하면서도 텁텁함이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테이블에 앉은 레이 회장은 거두절미하고 “OLED를 줄 수 있느냐”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CEO들간의 기싸움. 한 부회장은 머뭇거리지 않고 “그럴수 없다”고 맞받아쳤다고 한다. 이날 자리는 그렇게 끝이 났다. 왜 거절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속으로 ‘우리가 (달라는 데로) 다 줘야 하느냐’고 생각했다고 한다. 대화 초반부터 “기회를 많이 드렸다”는 레이 회장의 공격적인 말이 OLED를 받고 싶은 조급감을 감추기 위한 겉치레였음을 한 부회장은 간파한 것이었다. 글로벌 기업간 큰 거래 협상 경험에서 한 수 위인 한 부회장이 기 싸움에서 레이 회장을 누른 것이었다.

13일 레이 회장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최고경영진들에게 모바일 반도체와 OLED 패널을 공급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회장은 그의 방한 사실도 “몰랐다”며 이번 방문기간에는 만나는 일정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 사업장 내에 1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OLED 생산라인(P10)을 건설하고 있다. 당초 완공 시기는 2018년 상반기였으나 진척 속도가 빨라 2017년 말이면 완공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화면 OLED 패널에 이어 중소형 등 다양한 형태의 OLED패널 생산을 크게 확대할 수 있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미국 애플과도 OLED 패널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한 부회장은 “패널 제조사들은 고객사의 제품 포트폴리오에 맞춰 가야 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상대적으로 중소형 패널에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중소형 패널도 투자비가 많이 드는데 시장은 그만큼 커지지 않은 탓도 있다”면서 “적정한 시장성이 확보되고 고객사의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에 맞춰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며, P10 투자는 그 일환이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사드보다) 더 걱정이다”는 한 부회장은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를 배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디스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TV용 패널을 완성해서 현지 세트업체에게 공급하며 관세도 물기 때문에 (기술 표준이 문제인) 것이기 때문에 (기술 표준이 걸린) 배터리와는 성격이 다르다. 사드와 디스플레이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보며 그러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 부회장은 올해로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일한 지 5년째를 맞았다. 그는 “우리의 큰 방향은 TV는 OLED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힘들다. 하지만 힘들지 않으면 즐겁지 않기 때문에 큰 방향 변화 없이 그대로 진행할 것이다. 플라스틱OLED(POLED)도 늦었지만 준비하고 있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이 두 축(OLED와 POLED)의 투자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을 선정하는 중요한 해다. 혼신의 노력을 다해서 미래 투자와 기술개발을 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