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전세 보증금이 집값에 거의 육박하고, 월세시장에 대해선 정확한 시장 파악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만으로 세입자를 보호하기는 힘들다."

새누리당 김현아 의원은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며 '임차인·임대인 모두가 행복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만들기 프로젝트' 첫 세미나의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인사말에서 "렌터 소사이어티(Renter Society) 시대에 임대차보호법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전월세시장'으로 앞으로 더이상 집값이 오르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차보증금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보증이나 보험 상품의 개발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전세금의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새로 짓는 임대주택 뿐 아니라 기존 주택을 개·보수해 활용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1981년 민법이 구체적인 조항을 두지 않아 야기된 서민의 주거문제에 대한 법적 공백 상태를 극복하고, 서민의 주거생활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후 10여차례 개정을 거쳤지만 사회구조가 다양화하면서 개정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주제발표에서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늘면서 주거비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며 "전세의 경우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 전후인 반면 보증부월세는 22% 수준으로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월세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격석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주택 유형이나 점유 형태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따른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차보증금 역시 공매로 넘어갔을 경우 돌려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복잡하다는 지적이다.

장재덕 법률구조공단 발전기획팀장도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의 경우 아직 초기 단계인데다 예산확보의 불확실성, 모호한 전담 부처 등 규정상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등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황의탁 SGI 서울보증보험 마케팅관리부장은 "임대차보증금의 보호 장치로써 보험사가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장해주는 전세금 보증보험에 대해 임대인의 동의를 생략할 수 있는 법령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장재옥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현행 임대차계약의 개선 방향 등을, 김이탁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이 임대차시장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전략 등을 발표하며 토론을 이어갔다.

김현아 의원은 "청년 일자리 부족, 고령화로 인한 은퇴 후 삶의 기간의 연장 등으로 앞으로 주택을 소유할 수 없는 가구(렌터 세대)들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부동산시장도 렌터 소사이어티에 맞게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