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장평순 “99도와 100도의 차이는 크다”

2016-07-06 15:49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116)

장평순 교원그룹 창업자[사진=교원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99도와 100도의 차이는 크다.”

장평순 교원그룹 창업자가 기회있을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증기기관차는 물의 온도가 100도 이상이 돼야만 힘차게 기적을 울리며 출발할 수 있다. 99도의 물로는 절대로 기관차를 움직일 수 없다"며 "우리도 매일 출근하고, 열심히 교육을 받고, 고객에게 상품 설명을 잘했다 하더라도 판매가 되지 않았다면 99도의 물과 같다”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99도의 물을 100도의 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 창업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상품이 정말로 좋아서 사고 싶도록 해야한다. 슬럼프에 빠져 일을 그만 두고 싶은 사람에겐 계속 다니고 싶도록 뜨거운 열기(熱氣)를 갖고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창업자는 요즘 말하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자수성가한 기업가다. 1951년 충천남도 당진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가난 때문에 할머니 밑에서 5살까지 자랐다. 이후에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가난을 탈피하는 유일한 방법이 공부라고 생각해 목숨을 걸고 도전해 대학원(연세대)까지 진학했다. 장남으로서 행정고시에 도전해 꼭 공무원이 되겠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79년 서른살이 된 장 창업자는 돈을 벌기 위해 모아뒀던 6만원을 자본으로 삼아 배추장사를 시작했다. 도매상으로부터 배추를 구매해 소매상들에게 파는 일이었다. 소매상들은 보통 도매가의 10배 정도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는 대신 재고 부담이 컸다. 장 창업자는 그들의 마음을 읽고 ‘대량으로 팔고 대신 가격은 딱 절반만 받자’고 다짐했다. 이후 위기도 있었지만 사업은 계속 커졌고 1년 만에 장 창업자는 10억원 가까운 돈을 벌었다.

장 창업자는 회사 생활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책, 영어테이프를 파는 회사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처음에는 고전했다. 3시간을 얘기했는데도 고객이 구매를 안 하는 것이었다. 장 창업자는 “그때마다 ‘왜 안 샀을까’를 밤새 고민하면서 스피치를 고쳐나갔다. 나중에는 ‘기승전결’식 매뉴얼을 완성했고 1년 만에 전체 영업사원 중 판매 1위를 하면서 승진도 빨랐다.

영업의 맛,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을 터득한 장 창업자는 1985년 11월 1일 서울 인사동 하나로빌딩에 작은 사무실을 빌려 ‘중앙교육연구원(현 빨간펜)’을 설립했다. 교원그룹의 시작이었다. 1986년 2월 중학생 대상의 격주간 학습지 ‘중앙완전학습’을 출시했다. 교원그룹은 후발주자이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승승장구했다. 이어 여행과 정수기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연 매출 규모 2조원을 바라보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장 창업자는 “나는 고객과 영업사원, 업계 관계자 등 현장의 목소리를 두루두루 듣는다. 그리고는 장고를 거듭한다”고 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만들다 보면 처음에는 좋은 생각 같았지만 단점이 드러나고, 이는 다시 다른 지혜의 실마리가 된다는 얘기다. 이런 식의 구상이 끝나는 시점이 되면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는 "사안에 따라 하루가 걸릴 수도 있고 6개월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며 "하지만 꼼꼼히 따지고 대안을 생각하다 보면 실패 확률은 그만큼 줄어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