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보고서] '좀비기업' 지난해에도 증가…부실 우려에도 은행은 여신 '정상' 분류

2016-06-30 12:00

[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일명 좀비기업)이 지난해에도 증가했다. 

또한 상당수 은행들은 대출 받은 기업이 이자만 정상적으로 납부하면 부실 가능성이 높아도 해당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계기업 3278개…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비중 급증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한계기업은 지난해 말 3278개로 조사됐다.

이는 2014년 말 3239개보다 39개 증가한 규모다.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4.3%에서 14.7%로 0.4%포인트 늘어났다.

이 가운데 지난 2006년 이후에도 한계기업을 경험했던 '만성적 한계기업'은 2010년 말 1646개(7.8%)에서 지난해 말 2474개(11.2%)로 늘었다. 전체 한계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68.6%에서 75.5%로 확대됐다.

업종별로는 조선·해운·철강 등 5대 취약업종의 한계기업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말 18.6%로 5년 전보다 9.8%포인트 급증해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조선업은 2010년 6.2%에서 8.5%포인트 증가한 14.7%를 기록했고, 철강업은 같은 기간 4.6%에서 12.3%로 7.7%포인트 상승했다.

한계기업에 대한 은행의 신용공여액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118조6000억원으로 특수은행이 73조2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5대 취약업종에 대한 신용공여는 총 70조3000억원으로 특수은행이 51조2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일반은행의 2.7배에 달한다.

한은은 이들 한계기업의 수익창출능력 악화로 영업환경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 안정성이 더욱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계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 수준으로 만성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은 "이들 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상시적이고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은행, 대출기업 부실 우려에도 여신 57~88% 정상 분류

이처럼 기업 성장성 악화 및 부실우려기업 여신 비중이 높은 상황이지만 은행들은 이자만 연체하지 않으면 해당 대출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들은 부실우려기업 여신의 57~88%를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계감사에서 '부적정'으로 평가돼 존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기업에 대해서도 70% 이상을 정상 여신으로 분류했다.

은행들은 대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 등을 기준으로 자산건전성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나누고 있다. 이 등급에 따라 최소 0.85%에서 최고 100%까지 대손충당금을 적립한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은행의 여신건전성 관리가 이자 연체의 발생 여부를 중시하는 사후적 관리 경향이 강함을 시사한다"며 "기업의 신용위험을 과소평가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신용위험평가를 강화해 부실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이자를 연체하기 이전부터 여신관리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