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중복'가입 확인 안한 보험사, 과태료 1000만원

2016-06-27 17:40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 직장인 김 모(44)씨는 지인의 권유로 2007년에 A보험사의 어린이 실비보험에 가입했다. 최근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뼈가 골절되면서 병원비로 나온 100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했는데, 뒤늦게 부모님이 자신의 자녀 이름으로 B보험사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B사의 실비보험은 실비에 진단금이 특약으로 추가된 상품이었는데, 중복가입 사실을 알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가입 당시 중복됐다는 사실을 보험사가 알려주지 않아 월 보험료를 이중으로 물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으로 실손의료보험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보험사가 중복계약 여부를 확인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보험 상품의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와 자산운용을 통제하는 각종 규제도 대폭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의 후속 조치다.

먼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를 모집할 때 중복 계약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실손보험은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보장하는 보험으로 가입자가 여러 개를 들었더라도 보장액은 같다. 가령 실손보험 2개에 가입했는데 보장 가능한 치료비가 1000만원 나왔다면 A 보험사가 500만원, B 보험사가 500만원을 부담하는 식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중복계약 여부를 확인하고 안내하도록 규정돼있을 뿐 과태로 강제 부과 조항이 없다. 따라서 보험사들이 소비자들의 중복가입을 사실상 방임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한도 규제도 폐지된다. 자산운용 규제가 초저금리 기조인 현 상황에 지나친 족쇄로 작용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동일 법인이 발행한 채권 주식 소유 한도와 국내외 부동산 소유한도, 파생상품 투자 한도 등이 사라진다. 

다만 대주주․계열사에 대한 자산운용 한도 규제나 동일인 여신 한도 등의 규제는 유지된다. 같은 회사에 투자가 집중될 경우에는 위험 정도에 따라 단계적인 추가 자본 확충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는 보험사가 자회사를 소유하려면 금융당국의 사전 승인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사후 보고제로 바뀐다. 보험사의 자회사 신고부담을 완화해 부동산 투자회사 등 투자목적의 자회사 출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보험 상품을 새로 개발할 때도 미리 신고하지 않고 사후에 보고만 하면 된다. 자동차 보험 등 가입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상품은 계속해서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이밖에 보험사가 겸영 및 부수 업무 신고절차 간소화나 책임준비금에 대하 외부검증 의무화, 보험계약 이전에 따른 계약자 통지의무 신설 등 앞서 국회에 제출됐던 개정안도 다시 추진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입법 예고 기간인 8월 8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며 "규제·법제 심사, 국무회의를 거친 이후 9월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