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정유미·안소희 '부산행' 애니 보다 더 애니 같은 연상호 감독의 실사영화(종합)

2016-06-21 13:08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열린 영화 '부산행' 제작보고회에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의 감독 연상호이 첫 실사영화에 도전했다. 애니메이션 보다 더 애니메이션 같은 실사 영화의 등장. ‘부산행’은 올 여름,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까?

6월 21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진행된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제작 ㈜영화사 레드피터·제공 배급 NEW)의 제작보고회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공유, 김수안, 정유미, 마동석, 안소희, 최우식, 김의성이 참석했다.

영화 ‘부산행’은 전대미문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 프로젝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의 연출을 맡았던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이자 제 6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독특한 점은 장르적 선택이다. 그간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 ‘사이비’를 통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참혹한 상황과 인물들을 비춰왔다. 하지만 그는 첫 실사영화 ‘부산행’을 통해 재난 및 감염자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애니메이션 같은 상상력을 더했다.

이에 대해 연 감독은 “사실 그전까지는 실사영화를 할 생각이 없었다. ‘돼지의 왕’과 ‘사이비’를 하고 PD나 배우, 기자, 일반 관객들이 실사영화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 하도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안 한다고 버티는 모양새가 웃겨지더라. 실사영화에도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첫 실사영화를 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장르적인 전환에 대해서는 “‘돼지의 왕’, ‘사이비’를 만든 감독이 실사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 비슷한 장르가 나올 거라는 생각을 뒤집고 싶었다. 이미 그 두 작품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충분히 했기 때문에 실사를 찍는다면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다. 어쩌면 ‘부산행’은 더 만화 같은 영화가 될 수 있는데 그런 걸 해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연상호에게 기대하는 실사영화가 아니라 다른 색깔의 영화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의 말처럼 그의 첫 실사영화에 대한 영화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오죽하면 배우 김의성이 ‘사이비’를 보고 난 뒤 “실사영화를 한 번 찍어보라”고 제안했을 정도일까. 하지만 단호하게 “저는 애니메이션만 합니다”라고 말했던 연상호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인해 독특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실사영화를 완성해냈다.

그는 부산으로 가는 KTX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현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촬영, 조명, 미술, 특수분장, 안무가, CG까지 차별화된 노력을 더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LED 후면 영사 기술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사용된 이 기술은 기차 세트 바깥쪽에 영상을 쏘아내는 것으로 한정적인 공간에서 속도감과 현장감을 현실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연상호 감독은 “열차를 세트로 하는데 열차 내부가 반사체가 많다. 보통 한국영화에서 자동차 찍을 땐 (바깥 장면을) 합성하는데 열차 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니까 합성해서는 도무지 리얼한 느낌이 안 나오더라. 후면 영상 기법을 하면서 바깥 영상이 들어오니까 내부 반사나 일렁거림 같은 것도 카메라에 그대로 담을 수 있어 좋았다. 이 영화는 사실 리얼함이 생명인데 이질적임과 리얼함이 만나야 하기 때문에 이 기술이 중요했다”고 더했다.

배우들에게도 이 영상기법은 연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김의성은 “파란색 배경(크로마키)를 두고 상상하며 연기를 했으면 이만큼 리얼하지 않았을 거다. 정말 바깥 풍경이 보이고 속도감이 느껴지니까 연기적으로 도움을 줬다”고 거들었다.

공유 역시 “기차 세트 들어가서 후면 영상 시퀀스를 찍을 때 ‘기술 적으로 발전이 되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감염자들이 외부에서 제게 위협 가하고 덤비는 모습을 후면으로 틀어주니까 연기 몰입에 도움을 줬다. 허공을 보고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선이나 표정,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감탄을 더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부산행’은 예상치 못한 조합들과 캐릭터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공유는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벗고 한 아이의 아버지 석우로 분했다. 차갑고 냉철했던 석우 캐릭터는 공유를 만나며 점차 입체적이고 다양한 결을 갖게 되었다는 평.

정유미는 만삭의 여성 성경으로 분해 마동석과 함께 부부 연기를 소화했다. 아내 바보 상화와 이성적이고 강인한 성경의 케미스트리 역시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최우식과 안소희의 고교생 연기 또한 기대감을 돋운다. 최우식은 야구부 4번 타자 영국을, 안소희는 야구부 응원단장 진희를 연기했다. 연상호 감독은 두 사람에 대해 “다양하고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이고(최우식), 직관적인 연기를 해낸다(안소희)”고 평하기도 했다.

한편 제 6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해외 언론들의 호평을 얻었던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7월 20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