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지방공무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6-06-23 10:54
김성렬 행정자치부차관

[김성렬 행정자치부차관]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사람이 곧 경쟁력이다. 모든 성공한 사례 이면에는 사람이 있다. 교육은 경쟁력 있는 사람을 만든다.

지방행정의 경쟁력도 결국 지방공무원의 경쟁력에서 나온다. 최일선 현장에서 국민행복을 실현하는 지방공무원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만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몇 가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 현재 지방공무원 교육을 보면 이론이나 지식, 법령 등과 같이 '답이 있는 것'에 대한 교육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미국의 고위공무원교육기관(FEI)을 비롯해 선진국에서는 '정해진 답이 없는 것'에 대한 교육으로 전환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복잡한 행정수요와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정해진 답이 없는 것'에 대한 교육을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지방자치가 가야 할 방향, 중앙과 지방간의 상생협력 방안 등 세미나 식 교육과 소속기관의 현안과제에 도전하는 자기주도 학습을 시도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공무원 교육을 명품 브랜드화하고, 이를 개방·공유하는 교육운영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각급 공무원 교육기관은 기관별 특색에 따라 소속 공무원을 교육한다는 이유로 소통을 가로막는 칸막이가 있다. 이런 칸막이를 허물고 교육과정, 강사와 시설 등을 공동 활용해야 한다.

부산시의 '해양수산 협력과정', 인천시의 '생태환경 특화과정', 경북의 '전통문화 체험과정', 전남의 '다산 공직관 청렴과정' 등 각 지자체의 특화 교육과정을 활성화시켜 다른 자치단체 공무원과 국민에게도 널리 개방해야 한다. 이처럼 벽을 허무는 교육운영으로 교육생의 선택권은 더 넓어지고, 자치단체 간 소통과 이해도 더 깊어질 것이다. 이는 힘을 모아 함께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3.0'의 취지와 일맥상통한다.

아울러, 교육기관의 공식교육뿐 아니라 직무현장에서 선후배 동료 간 비공식 학습도 활성화돼야 한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 論語), '가르치고 배우며 더불어 성장한다'(敎學相長, 禮記)는 말처럼 현장에서 다양한 비공식 교육과 학습이 이뤄지면 이것이 조직문화가 되고 나아가 조직경쟁력까지 높인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지방공무원교육도 전문지식, 기술, 태도 등 개별적 학습효과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과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역량중심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는 하버드대 맥클랜드(MaClelland) 교수가 고성과자의 행동특성에 주목해 제시한 역량(competency) 개념으로, 역량교육은 직무와 매우 유사한 모의과제(simulation)를 해결해 가면서 드러나는 행동역량에 대한 피드백과 성찰을 통해서 실질적인 역량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처럼 역량중심 교육은 지방공무원에 대한 교육이 현장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가장 효과적 대안이다.

과거 과장 시절 영국 수상실(Cabinet Office)의 공무원대학에 근무할 때 생애 주기적 교육프로그램을 보고 감명받은 적이 있다. 우리의 교육은 그때그때 조직이 필요한 교육을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차원에 머물러 있다. 읍면동장, 과장, 국장, 부단체장 등 직급과 역할이 변할 때마다 필요한 역량은 많았지만 그것을 개인이 준비하고 갖추도록 요구받았다. 이런 체계로는 성공적 관리자와 리더 양성이 어렵다.

앞으로는 개인의 생애 주기적(life-cycle) 관점에서 교육을 접근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공무원 개인의 역할과 변화 주기에 맞춰 적합한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기회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으로 제공돼야만 공직사회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