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도 '투항'…생보업계 '자살보험금' 지급 확산

2016-06-20 15:22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ING생명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 재해사망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생명보험사 가운데 지급 규모가 가장 큰 업체가 이같은 결정을 하면서 삼성, 한화, 교보 등 빅 생보사들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NG생명은 이날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 재해사망보험금 청구 574건을 모두 지급하고, 관련 행정소송도 취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가 지급해야할 자살보험금은 지연이자를 포함해 총 837억원으로, 14개 생보사 가운데 가장 크다.

ING생명 관계자는 "지난 5월 대법원 판결 이후 내부적으로 오랜 논의를 거친 끝에 회사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모두 지기로 결정했다"며 "현재 127건에 대한 153억원의 지급을 완료했고 앞으로 고객의 권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소멸시효에 상관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보험사는 ING생명,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DGB생명, 하나생명 등 5곳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ING생명은 금감원과 행정소송도 불사할 만큼 보험금 지급에 강경하게 반대해왔다.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금감원의 제재에 불복한 것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ING생명이 급작스럽게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업계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보험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압박도 있었지만 이번 사태가 애초에 보험사 약관 실수에 비롯된 만큼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자기반성의 목소리가 힘을 얻은 것이다"며 "가장 강경하게 지급보류 입장을 보여 온 ING생명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사라졌다"고 귀띔했다.

그동안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들은 대법원 판결 전까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대법원 판결 전에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경영진의 배임 문제가 붉어질 수 있고, 보험금을 지급한 뒤 법원이 소멸시효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그때가서 지급한 보험금을 회수하기도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생보사들의 자살보험금은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한 것을 포함해 삼성생명 607억원, 교보생명 265억원, 한화생명 97억원, 알리안츠생명 137억원 등, 총 2465억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보험사의 윤리를 보험사들이 스스로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대형 보험사들은 미지급보험금 액수가 ING보다 적기 때문에 지급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