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보험금 공방 2차전...빅3 '못한다' vs 중소생명사 '한다'

2016-06-07 00:00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자살보험금 지급을 놓고 보험사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한화,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은 대법원 판결 전까지 지급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일부 생보사는 소멸시효에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키로 했다.

애초에 보험사 약관 실수에서 비롯된 만큼 대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책임 지겠다는 것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대해 대법원 판결 이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일까지 생보사들에게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계획을 주문했다. 하지만 대형 3사를 비롯한 대다수의 보험사들은 대법원 판결 없이는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들 3사가 지급해야할 자살보험금은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한 것을 포함해 삼성생명 607억원, 교보생명 265억원, 한화생명 97억원 등이다. 이들과 함께 지급 보류 결정을 내린 ING생명과 알리안츠생명 등도 각각 815억원, 137억원 등의 미지급 자살보험금이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융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급의 명확한 근거인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것"이라며 "만약 대법원이 소멸시효를 인정하면 상장회사 입장에서는 경영진의 배임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고, 이미 지급한 보험을 다시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의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법을 초월해서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시간을 끌수록 지연 이자도 커지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소멸시효 경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들의 행태에 대해 도덕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법부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사태는 보험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정당하게 청구된 보험금을 약관과 다르게 고의로 지급한 것은 보험사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행위가 보험업법 위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보험사에 대한 추가 검사와 강력한 제재 방침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DGB생명, 하나생명 등은 소멸시효 지난 자살 사고에 대해서도 해당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들이 지급해야할 자살보험금은 신한생명 99억원, 메트라이프생명 79억원, DGB생명 3억700만원, 하나생명 1억6700만원 등이다.

이들은 애초에 보험사 실수에서 비롯된 문제인 만큼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이 약관에 따라 지급해야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소멸시효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금감원 주장에 동의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유가족이 사망보험금을 신청할때 일반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을 나눠서 신청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소비자가 알고도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소멸시효로 볼 문제가 아니라는 내부 경영진의 판단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에 대한 대법원 지급 판결은 올 연말쯤 확실시 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관련 판결에 대한 하급심이 엇갈려 법무팀에서도 전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며 "기업 이미지를 생각하면 보험금을 선지급 하는게 맞지만 업계 분위기도 있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