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애물단지로 전락한 '롯데 팩토리 아울렛 가산점'…입주 상인들의 원성만 높아
2016-07-06 00:01
아주경제 엄주연 인턴기자 = ‘패션의 메카’로 유명한 가산디지털단지 아울렛 단지에 롯데가 도전장을 냈다. 롯데쇼핑은 지난 2월 29일 ‘롯데 팩토리 아울렛' 가산점을 개장했다.
현재 가산디지털단지에는 마리오아울렛과 더블유몰(W-MALL), 현대아울렛까지 ‘가산 아울렛 빅3’에 롯데 팩토리 아울렛까지 합류한 상태다. 지난달 18일, 주말을 맞아 방문한 이곳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유독 롯데 팩토리 아울렛만이 썰렁한 모습이었다. 롯데가 시장 전체의 파이를 늘려 지역 상권을 부활시킨다는 기대감은 사라진 상태였다.
롯데 팩토리 아울렛은 정문에서부터 사은품 행사를 벌이며 고객 끌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내부에 들어서자 게스 청바지 할인 매대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눈을 돌려 다른 매장을 둘러보니 눈에 띄게 한산한 것이 표가 났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아웃도어 매장으로 올라가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롯데는 올해 초 인천 항동점에 이어 롯데의 두 번째 공장형 아울렛으로 가산점을 오픈했다. 이 점포는 지상 3층으로 구성됐으며, 영업면적은 1만 1900㎡(약 3600평) 규모다. 오픈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직접 찾아가 보니 ‘롯데’라는 이름이 민망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없었다. 같은 시각 바로 옆 마리오아울렛과 비교해 봤을 때도 고객 수가 확연하게 차이를 보였다.
◆ 롯데 아울렛에 등 돌린 고객들
팩토리 아울렛 천장을 보면 ‘아울렛을 한번 더 할인하다’는 광고 배너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 점포의 가장 큰 특징은 2년차 이상 재고 구성비가 60% 이상이며 평균 할인율도 40~70%로 일반 아웃렛 평균 할인율인 30~50%보다 더 높다.
그러나 실제로 이곳을 찾은 고객들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1층 실내 벤치에서 쉬고 있던 두 중년 여성은 “옷도 다 비슷한 거 같고 그렇게 싸지 않은 것 같아요. 별로 싼 거 못 느끼겠는요?”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는 마리오아울렛 가려고 잠깐 거치는 곳이죠. 가는 길에 한번 오는 거지 가격 때문에 오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아웃도어 브랜드인 K2와 네파의 봄·가을 바람막이를 비교해 봤을 때 이곳과 바로 옆 마리오아울렛의 가격이 같았다. 매장 직원에게 “할인하는 상품이 맞냐”고 물어보자 “본사에서 내려온 가격으로 모든 상품의 가격이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팩토리 아울렛이 내건 ‘아울렛을 한 번 더 할인하다’라는 구호와는 맞지 않는 모습이다. 이 외에도 매장별로 상품 구성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 상품의 양이 너무 많아 원하는 상품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꼽혔다.
◆ 내부 사정은 더욱더 복잡
팩토리 아울렛 식당가에서는 내부 불화까지 감지되고 있었다. 롯데는 아울렛 3층 일부 공간을 식당가로 구성했다. 이날도 ‘쭈꾸미시스터즈’와 ‘더 차림’ 등 3층 식당가에 위치한 맛 집에서 고객들이 배고픔을 달래고 있었다. 밥을 먹고 나오는 기자에게 한 식당 사장은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며 불평했다. 그는 “대기업이 아래 상인들이랑 상생하려고 여기 식당가는 광고도 못하게 한다”며 “때문에 사실 피해는 우리들이 봐요.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정이 딱한 것은 지하 1층도 마찬가지다. 지하에는 28개 상점이 입점해 있지만 문을 연 곳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분식집을 운영 중인 한 업자는 요즘 장사 잘 되냐는 기자의 말에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그는 “롯데가 들어오면서 위에 식당이 생기니까 아무래도 지하는 안 되지. 예전에는 하루 100팀 이상 왔는데, 지금은 보통 70~80팀 와요”라고 했다. 내부의 관리 실태도 허술했다.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식당가를 묻자 팜플렛에서 3층을 가리키며 “다른 곳은 잘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