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피해 2100억원···'고섬사태' 묻히나
2016-06-16 08:03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5년전 분식회계로 코스피에서 상장폐지 되며 투자자에게 2100억에 달하는 피해를 입힌 중국 섬유업체 고섬 사태가 긴 재판 끝에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6부는 고섬 투자자 540여 명이 두 증권사와 한국거래소, 회계법인 EY한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을 내달 12일 다시 시작한다. 재판이 다시 시작된건 지난해 2월 이후 약 1년5개월 만이며 고섬 피해자들이 처음 소송을 제기한 2011년 9월 이후로는 4년10개월 만이다.
중국 고섬은 20011년 1월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후 2개월 만에 1000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들통나 거래가 정지됐고, 2013년 10월 결국 상장폐지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와 한화투자증권에 역대 최대 금액인 20억원씩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제재를 마무리했다. 이에 반발한 투자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이 오랫동안 멈춘 것은 미래에셋대우가 제기한 과징금 20억원 부과 불복 소송 결과를 먼저 보기 위해서였다. 손배소 1심에서는 법원이 피고 중 유일하게 미래에셋대우에만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배상 산정액은 청구액 190억원의 6분의 1 수준인 31억원에 불과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과징금 취소 소송 1심에서는 과징금 부과의 절차상 문제가 인정됐지만 2심에서는 아예 우리의 중과실이 없었다는 판단이 내려져 손배소에서도 유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재판 내내 "고섬이 상장하기 전 3년간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한영의 감사 내용을 믿었을 뿐"이라며 한영 측 책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한영 측은 3년간 고섬의 분식회계에 속아 엉터리 감사보고서를 쓰고서도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3000여만원의 제재만 받았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도 엉터리 감사보고서를 썼기 때문이 아니라 금융당국에 회계 관련 자료를 늦게 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화투자증권도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상장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일찌감치 항소심까지 승소했다.
당시 금융당국이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 소재를 따졌더라면 재판에서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결론이 내려질 수 있었지만 보여주기 식 징계에 그쳤다.
현재 피해자 측 변호는 여의도의 한 로펌이 맡고 있지만 피고 측에선 태평양, 세종, 광장, 화우 등 대형 로펌이 뛰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4월 EY한영, 9월에는 고섬, 12월에는 고섬의 한국 상장을 도운 중국은행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했지만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