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훌리건에게 폭력은 스포츠"…2018 월드컵 어쩌나
2016-06-14 10:07
"조직적으로 훈련된 이들"…러시아 정부도 적극적 단속은 없어
프랑스 수사당국은 이날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 2016)에서 발생한 잉글랜드와 러시아 극렬 축구팬들 폭력사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브리스 로뱅 검사는 "150명의 '훈련된 러시아 훌리건들이 주말 마르세유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를 주동했다"면서 "이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극단적인 폭력을 저지를 준비가 되어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폭력사태가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계획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팀은 오는 15일 다음 경기를 앞두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추가적인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훌리건들의 극단적인 폭력성이 부각되면서, 2018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훌건들을 바라보는 러시아 관리들의 안일한 시각은 이같은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러시아 체육부 장관인 비탈리 모트코는 처음에는 폭력사태가 발생한 것을 부인했지만, 이후 유럽축구연맹이 '탈락' 가능성을 언급하자 폭력 재발 방지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고르 레베데프 러시아 축구연맹 이사도 "(러시아 축구팬들이) 잘못한 점이 없다고 본다"면서 "잘했다. 계속해라"라는 트위터를 남겼다. 러시아 매체들도 대부분 영국 축구팬들의 잘못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을 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러시아 훌리건들이 일으킨 폭력사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 '유로 2012'에서도 폴란드에서 난동을 부려 물의를 빚었다. 국내 경기에서도 축구팬들이 싸움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러시아가 일본에 패배하자, 모스크바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러시아의 정치와 서포터 문화를 연구하는 로낭 에벵(Ronan Evian)은 프랑스 스포츠 일간지인 레퀴프(L'Equipe)에 실은 기고에서 "이번 폭력사태에 연루된 러시아인들은 '훌리건'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이들은 매우 잘 훈련돼 있고, 매우 조직적이며, 그들은 국내에서는 하지 않는 거리에서의 싸움을 하기 위해 모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 훌리건은 폭력을 스포츠처럼 생각하고 즐긴다"면서 "25세~35세 사이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에뱅은 러시아 훌리건들이 다른나라 팬들을 자극하는 전략을 주로 쓰며, 이번 폭력사태에 휘말려든 잉글랜드 팬들도 그런 자극에 들도 그런 전략에 말려 들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