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조영제 금융연수원장 "금융산업 위기 봉착…글로벌 전문가 육성 시급"
2016-06-13 18:18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좋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조영제 금융연수원장은 13일 아주경제와 만나 국내 금융산업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역경을 돌파할 활로 가운데 하나로 해외 시장 개척을 꼽았다.
조 원장은 국내 금융사들이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새로운 역할에 대해서도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비교적 탄탄한 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금융은 실물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산업인데 국내에는 삼성 등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탄탄한 중견기업들이 많이 있어 금융환경은 좋은 편이다"라며 "이들 기업에 어떤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금융산업의 성장을 가늠할 관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취임한 조 원장은 이같은 판단에 따라 지난 2월 '글로벌 금융리더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해외 금융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과 실전 감각을 키우고 해외 영업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금융리더 양성과정에서는 JP모건, 바클레이즈 등 유수 투자금융사와 미국 월스트리트 등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전문가를 초빙, 선진 금융 기법이나 사례들에 대해 실무 위주로 교육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국제 회계, 글로벌 금융시장의 파생상품,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산 운용 방법, 개인고객 대상 자산관리 등으로 다양하다.
체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교육에 참가한 입행 5~10년차 금융사 직원들은 지난달 6박 8일 일정으로 영국 런던을 방문해 HSBC 등 현지 글로벌 금융사에서 그동안 배운 지식과 사례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오는 19일부터는 12박 15일 일정으로 홍콩과 싱가포르 현지 금융사들을 둘러볼 예정이다.
조 원장이 글로벌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다. 2008년 금융감독원 외환업무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수시로 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내 금융인들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당시 긴급회의를 수시로 열었는데 금융인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실감하는 것 같지 않았다"며 "금융연수원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우리 금융권에 국제적 안목과 경쟁력을 갖추고 금융산업을 성장시킬 전문인력이 많지 않은 실정인 것을 느꼈고, 치열한 해외 시장에서 당당하게 활동할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내 영업에 한계를 느낀 금융사들은 최근 법인이나 지점 등을 설치하거나 현지 금융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조 원장은 이 같은 직접 또는 간접 진출 역시 전문인력을 갖춘 상태에서 추진해야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에 교두보를 마련해 현지에서 영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모가 작아 큰 역할을 하기에는 제한적"이라며 "M&A 역시 현지 금융사에 대한 정확한 판단, 협상력 등이 어우러져야 하는 데 이를 판단하려면 그만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글로벌 금융리더 양성과정을 수료한 금융기관 직원들의 활약에 대해서도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2월 개설된 글로벌 금융리더 양성과정은 약 4개월간의 교육기간을 거쳐 다음 달 8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이들의 5~10년 뒤를 내다보고 연수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당장 연수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겠지만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해외 담당 부서에 배치해달라고 당부했다. 연수를 마친 직원의 해외 업무를 보는 시각은 일반 직원과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부터는 연수 인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조 원장은 "올해에는 20명 규모로 연수를 진행했지만 내년에는 30~40명으로 늘릴 예정"이라며 "회원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