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자의 전통시장 생생 탐방기 ①] 서울 종로구의 문화재된 '통인시장'

2016-06-13 14:45

아주경제 연찬모 인턴기자 = 국내 수많은 재래시장 중에서 유독 방문객들이 대거 몰리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서울 '통인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이 필수 방문코스로 여기며 한국의 전통시장을 직접 체험하고 즐긴다. 오히려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잘 알고 온다는 통인시장은 이미 하나의 문화재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엽전 한 냥의 특별한 체험, 이면엔 ‘근심 걱정’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통인시장의 전경[사진=연찬모 인턴기자]


“이렇게 귀엽게 생긴 것(엽전)으로 여러가지 음식을 취향에 따라 골라 구매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한국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자주 소개됐던 곳이라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방문하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어요. 여행이 끝나기 전 한복을 입고 다시 한 번 찾을 생각이에요.”(나탈리 딕먼(Natalie Dickman), 미국, 19)

3일간의 현충일 연휴가 지나간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통인시장은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도시락 반찬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연인, 학생, 외국인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은 저마다 한 손에 엽전(개당 500원)과 도시락 통을 들고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미 도시락 통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시장 중앙에 위치한 도시락카페 '통(通)'으로 들어가 푸짐한 식사를 만끽했다.

지난 1941년 효자동 인근 일본인들을 위한 공설시장으로 설립된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 서촌 지역의 인구증가와 함께 본격적인 시장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현재에는 도시락카페 가맹점 24곳과 비가맹점 56곳을 비롯해 총 80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이용객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인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이곳을 방문하는 이용객은 2012년 5만명에서 2013년 9만명, 2014년 17만명, 2015년 20만명에 달했다. 올해에는 이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화 상품인 도시락카페의 경우 하루 평균 매출 규모는 약 500~1000만원(주말 및 공휴일 포함)으로 추산될 정도로 인기다.
 

지난 7일 통인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도시락카페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사진=연찬모 인턴기자]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에도 시장 상인들 얼굴엔 근심이 서려있었다. 역사가 깊은 전통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하게 내세울 1차 생산품목이 없어서다. 특히 지난 2012년 도시락카페 사업 이후 관광차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실제 소비자들의 발길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는 것.

이곳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는 이순미(46)씨는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기뻐해야 하지만 도시락카페 가맹점을 제외한 일반 상인들은 오히려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화적 요소뿐만 아니라 재래시장 본연의 역할을 통한 장기적 발전이 가능하도록 상인회와 지자체가 힘써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통인시장 상인회도 이들의 고민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애로해소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상인 개개인과의 소통에 주력하고 있고 문제점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상인들의 공동이익 증진을 위해 종로구 등과 시장 육성·지원계획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을 모두 끌어모으고 각 업종의 상인들이 함께 번창할 수 있는 묘수를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등잔 밑의 어둠도 아우르는 해결 방안 강구가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