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버티기 전략으로 대북제재 넘길 수 있어”

2016-06-08 14:41
동북아 안보위기의 진단과 해법 안보학술회의 개최
“중국 협력 없이는 대북제재 효과 미미…한·중 전략적 관계 재정립 필요”

8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와 세종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동북아 안보위기의 진단과 해법’ 국내안보학술회의에서 안보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사진=국방대학교 제공]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북한이 특유의 ‘버티기 전략’으로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한 고립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한중 간 전략적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와 세종연구소는 8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동북아 안보위기의 진단과 해법’을 주제로 국내안보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이날 학술회의에서 “북한의 체제 특성상 국제 사회의 제재를 특유의 버티기 전략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이번 제재로 북한에 가해지는 고통의 대부분이 권력층이 아닌 일반 주민들에게 전가됨으로써 의도했던 제재의 효과는 미미하고 애꿎은 주민들에게만 피해가 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이 협력하지 않는 한 대북 제재의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유례없이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여전히 민생과 관련된 부분의 교역을 봉쇄하지 않고 있으며 이 부분이 북한으로서는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으로부터 실질적인 제재가 가해진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러시아로의 우회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로서도 최근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감안하면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북한에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중국의 유보적인 태도를 감안하면 대북 제재만으로 북한의 행태를 변화시키겠다는 정책은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쿠바가 50년 이상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버텼다는 것을 보면 북한이 단기적으로 항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북한은 대외 교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사회의 제재에 굴복하는 것은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게다가 이란, 리비아 등과 달리 북한은 자력갱생 경제 기조를 갖고 있고 대외의존도가 크지 않으므로 제재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미중 대립구도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물론, 중국의 지원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잇따랐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향후 북핵문제 해결을 통한 한반도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우호적인 미중관계, 한중과 한미관계 조화,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개선과 같은 매우 고차원적인 외교적 노력과 해법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전략적 실용주의에 입각해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민형 국방대 교수는 “정책 공조는 동맹국으로서 공조하지 않는 북한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켜 북중간 마찰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며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 사회적 정책 공조를 확대하고 인적, 문화적 교류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대한 의견도 제기됐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사드는 우리 안보에 직결된 문제이고 우리 안보 필요에 따라 도입 여부를 판단할 사안”이라며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한다고 그들의 눈치를 볼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사드를 방어용으로 생각하지만 중국은 사실상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MD를 한반도에 설치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사드 문제로 중국이 한국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협의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