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만 챙기는 방통위... "LG유플 조사거부 민감하게 반응 말라"

2016-06-03 17:29
상임위원 3명 의견 모은 것... 공식입장 발표 아냐

[▲방송통신위원회 김재홍 부위원장]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LG유플러스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위반 관련 조사에 대한 브리핑을 열었으나 공식입장 없이 형식적으로만 진행됐다. LG유플러스가 방통위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것. 특히나 최성준 방통위원장 부재인 상태에서 브리핑을 진행한 김재홍 부위원장이 "방통위 직무와 관련해 근거 없이 권위를 훼손하면 손해는 누가 보겠느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라"며 규제기구 위상만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3일 방송통신위원회 김재홍 부위원장은 정부과천청사에서 LG유플러스 단독조사 등 최근 현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기자단 브리핑에서 논의된 현안은 △LG유플러스 방통위 사실 조사 거부 △카카오톡 사적 공유 문서 인터넷주소(URL)의 다음 검색 노출 △스포츠 중계권에 대한 KBS의 방통위 개입 주장 등이다.

우선 김 부위원장 LG유플러스 방통위 사실 조사 거부에 대해 "방통위 현장조사 거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현장에 나간 실무자와 사업자 측과 가벼운 마찰 정도인지 거부인지는 검토 후 심결 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방통위는 LG유플러스를 상대로 단통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사실 조사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단독 조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LG유플러스 측은 적법한 절차를 밟아 달라며 방통위에 이통 3사 가운데 단독 조사를 받게 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했고, 논란 끝에 이날에서야 LG유플러스는 방통위 조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방통위 시장 조사단이 법에 규정된 대로 일반적으로 7일 전에 사전 통보하고 조사에 나선다. 하지만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때 즉시 조사할 수 있다. 법에 단서 조항이 있고, 관행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이통 3사 모두 사전점검을 했다. 유독 한 업체만 금지행위를 많이 했다. 지난 이틀간 LG유플러스가 증거를 인멸했다면 조사를 통해 충분히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정당한 절차를 거친 현장조사를 방해하거나 저지하면 또 하나의 금지행위다. 심결 때 가중처벌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부위원장은 "지난 이틀간 논란이 있었지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호흡을 길게 가지고 지켜봐 달라"며 "법규에 따라 방통위 직무수행을 원만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브리핑은 방통위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김 부위원장은 "공식적인 방통위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브리핑은 자리에 있는 상임위원 3명이 의견을 모은 것"이라며 "전체 상임위원이 토론하고 거기서 의견을 모아 합의를 하는 게 방통위 운영원칙이다. 방통위는 정책기구이며 규제기구다. 근거 없는 의심으로 방통위 권위를 훼손하면 업무수행이 어렵다”고 전했다.

아울러 카카오톡 사적 공유 문서 URL 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URL 주소 퍼 나른 게 개인정보 위반이냐 하는 것은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노출된 URL도 개인정보 사항은 삭제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방통위가 긴급히 움직일 사항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스포츠 중계권과 관련해 "월드컵 등 국민 관심 행사가 진행될 때까지 사업자 간 중계권을 두고 시청자 권익을 위협한다면 그때 방통위가 나서야 할 것"이라며 "매우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정부가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방송사업자 간 자율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