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청년들이여, 장보고와 같은 패기와 도전정신을 키워 나가기를!

2016-06-02 09:51
이수존 주칭다오 총영사

이수존 주 칭다오 총영사

중국 산동성 웨이하이(威海)시 동남쪽 끝에 위치한 스다오(石岛)진 적산(赤山)에는 청해진 대사 장보고의 혼이 서린 유적지 법화원이 있다. 현지 중국 기업이 비록 그가 외국인지만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중국정부의 허가를 받아 장보고기념관과 함께 동상을 건립하여 기념하고 있다.

법화원은 1천200여 년 전, 통일신라 흥덕왕 때 산동성에 지어진 절의 하나로 신라인들의 무역활동 거점지이자 정신적 안식처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곳이다. 당시 중국 산동성에는 신라인들의 활발한 해외진출로 법화원 외에도 신라방, 신라소 등 신라인들이 활동 장소가 많았으며, 신라-당나라 간 교류협력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다.

전라남도 완도 출생인 장보고는 삼국사기 등 우리나라 기록에서는 궁복 또는 궁파로 기록되어 있다. ‘궁(弓)’은 ‘활’을 뜻하고,‘복(福)’과 ‘파(巴)’는 아이를 뜻하는 접미사인 ‘보’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활보’는 순우리말로 ‘활을 잘 쏘는 아이’라는 뜻이다. 궁복, 궁파, 활보라고 불리던 장보고는 성이 없는 미천한 신분이었다.

신라시대 당시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여러가지 범위와 한계를 규정한 골품제도로 인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음을 깨달은 장보고는 신분의 제한이 없었던 당(唐)나라로 향한 것 같다. 당나라로 건너간 후 목종 황제가 개최한 무술대회에 참가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서주(徐州)의 외국인 용병부대인 무녕군(武寧軍)에 입대하여 지방의 번진이었던 이사도의 난을 평정하는데 큰 공을 세워 30살의 나이에‘무녕군 소장’으로까지 진급을 하였다.

당나라에서 출세의 가도를 달리던 장보고는 신라인들이 해적에게 납치당해 노비로 매매되는 등 고통 받는 것을 목격한 후, 조국으로 돌아와 흥덕왕에게 신라인을 보호할 것을 건의하고, 지금의 전남 완도에 청해진(淸海鎭)을 설치하고 해적을 소탕하여 바다의 질서를 회복하였다. 또한 중국에서의 경험과 바탕에 힘입어 산동성에 법화원을 세워 신라인들을 단결시키고 세력을 키워 당나라, 신라, 일본을 잇는 동아시아 삼국간의 활발한 해상무역을 주도하여 해상왕이 되었다.

세계는 중국의 부상으로 동북아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북핵 문제와 일본의 역사왜곡 등으로 어려움은 있지만 이 지역의 평화와 상호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을 위해서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경제공동체 건설이 시대적 흐름이다. 이런 관점에서 해상왕 장보고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장보고는 삼국의 물가정보를 파악하고 국제정세를 내다보는 지략가적 면모를 갖추었다. 동시에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았으며, 개방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로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리더십까지 발휘하는 등 현대사회가 꿈꾸는 글로벌 인재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시대적 흐름을 앞서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 났기 때문이다.

언제나 우리가 미로에 갇혔을 때 우리 선조들의 삶과 역사 속에서 길을 구하듯 현재 취업난에 처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중국 땅에 남아 있는 장보고의 발자취를 보면서 당시 계급사회의 미천한 신분에서 출발하여 해상왕으로 우뚝 선 그에게서 깨달음을 얻었으면 한다.

수많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기업들의 맞춤 인재상이 되기 위해 이런저런 각종 자격증 취득에 남들이 다 갖춘 스펙까지 쌓느라 발을 구르지만, 그 무엇보다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바로 시대흐름의 직시와 자신을 이끌어 줄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침체와 국내 경제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는 지금, 다수 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신규직원 채용 축소 등 국내의 취업 현실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장보고를 떠올리며 자신의 미래를 국내에 가둬두지 말고 넓은 해외로 방향을 돌려 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장보고가 미천한 신분을 딛고 해외에서 시대적 기회를 잡아 글로벌 리더가 되었듯이 우리 눈앞에는 중국을 포함한 넓은 세계라는 기회의 땅이 있다. 비록 지금 중국 경제가‘중속성장(新常態)’으로 진입하여 이전 같은 고속성장 시대는 지났지만, 향후 내수시장 위주 중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은 세계경제 구도의 판도를 바꿀 날이 언젠가는 도래하리라 보며, 중앙아시아와 유럽,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신(新)실크로드 개척인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을 통해 중국의 미래를 가늠 해 본다.

당시 통일신라와 당나라의 관계가 그러했듯 현재 한국은 중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투자 대상국으로 자리 잡았고 유학생 최다 유치국이다. 또한 매주 800여대의 항공편이 한중 양국을 오가며, 매년 양국을 왕래하는 인적교류가 1,000만 명을 돌파한 제1의 관광유치국이다. 한중 양국은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양국은 현재 역사상 가장 우호적인 관계에 놓여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해외 진출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열정과 패기, 도전정신으로 해외진출을 통해 지식과 견문을 넓히는 한편,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항해 길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 그 누구보다 찬란한 미래를 꿈꿀 우리의 젊은 청년들 중에서 세계를 가슴에 품고 해외에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여 현대판 해상왕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