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골든타임 넘기는 공기업 구조조정…한국경제 멍든다
2016-05-24 15:28
뒤늦은 에너지공기업 통·폐합 추진에 정부끼리 엇박자
모든 부실 책임 공기업 몫…정부 책임 떠넘기기 “도 넘었다”
모든 부실 책임 공기업 몫…정부 책임 떠넘기기 “도 넘었다”
아주경제 배군득·송종호 기자 =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 구조조정이 순탄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에너지공기업 통·폐합의 경우, 시작 전부터 마찰음이 일고 있다. 골든타임을 놓친 구조조정 계획에 부처간 의견조율도 이뤄지지 않는 등 난항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의 매끄럽지 못한 정책 추진으로 한국경제는 체질개선보다 ‘집단 갈등’으로 번질 기세다.
정부는 당초 공기업 통·폐합 작업이 적자구조를 개선하고, 신산업 육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적자가 쌓이는 부실 공기업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공공기관 개혁에 이어 민간분야의 산업구조조정으로 확대해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는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정부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시발점으로 에너지 공기업을 꼽았다.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 후유증과 자원가격 하락 등 경영여건 악화로 큰 폭의 적자를 낸 에너지공기업들 구조조정은 받아들여야 할 수순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 약 4조8000억원, 2조636억원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 두 공기업은 감축계획을 일찌감치 정부에 보고하고, 긴축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공기업 내부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진 무리한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이제 와서 공기업 책임으로 떠넘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일 정부가 용역보고서를 통해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민간 이관을 포함한 공기업 통·폐합 및 개편 방향을 제시하자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3대 에너지 공기업이 강력히 반발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시한 보고서는 자원개발사업 민간 이관을 포함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통합, 민간의 광물자원공사 사업 참여 등 총 6가지 방안이다.
이 가운데 자원개발사업 민간 이관을 두고, 정부과 공기업간 마찰음이 커졌다. 공기업은 자원개발사업 특성상 공적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민간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재웅 석유공사 본부장은 “민간 이관 등을 담은 추진체계 개편안이 현실화되면 국제 석유시장에서 정부가 석유 사업을 포기했다고 오해받아 사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자원개발 사업의 수준이 어느 정도로 올라올 때까지는 공기업이 사업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공기업 통·폐합을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석도 제각각이다. 원자력문화재단을 산업부로 흡수하겠다는 정부방침도 두 부처간 생각이 다르다. 산업부는 재단을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반면 기재부는 흡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원자력문화재단 관계자는 “산업부는 재단을 흡수하겠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으며, 줄곧 재단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라며 “산업부 흡수 주장은 기재부에서 나오고 있다. 재단은 고유의 존재 목적이 있기 때문에 산업부 흡수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처럼 곳곳에서 공기업 통·폐합과 관련한 잡음이 일자, 정부는 시간을 두고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공기업 통·폐합 또는 흡수 등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공청회를 진행했지만, 정부가 업무를 추진하면서 공청회 방안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청회는 각계 의견을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연구 용역을 준 것이다. 연구용역을 통해 나온 방안만을 선택지에 올려두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조조정에 대한 확정안은 6월 말에 나올 예정이지만, 더 미뤄질 수도 있다. 기재부와 조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