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가용재원 활용하면 누리과정 예산 쓰고도 3천억원 남아"

2016-05-24 14:35
감사원 감사결과…17개 교육청 중 광주·인천교육청은 재원 부족

누리과정 예산편성실태 감사결과 발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주진 기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완전히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청 11곳이 누리과정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쓰면 전체적으로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채우고도 3천억원 이상이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별 교육청 단위로 보면 인천·광주 교육청은 실제 재원이 부족해 자체적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다 충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집계됐다.

감사원이 24일 공개한 누리과정 예산 편성 실태 감사 자료에 따르면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은 교육청 11곳에서 누리과정 예산으로 활용이 가능한 재원을 점검한 결과 1조9천7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1조6천605억원)보다 3천1322억원이 더 많은 것이다.

감사원은 자체 재원이나 정부 지원을 비롯한 추가 세입, 인건비나 시설비로 과다편성된 예산 등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활용 가능한 재원으로 봤다. 여기에는 지자체가 교육청에 줘야 하는 학교용지매입비와 지방세 정산분 등도 일부 포함됐다.

교육청별로 보면 누리과정 예산 부족 규모가 가장 많은 경기 교육청(5천459억원)의 경우 활용 가능 재원(5천693억원)을 이용하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고도 234억원이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교육청은 431억원, 경남은 1천899억원, 충북은 661억원, 부산은 465억원 등의 규모로 활용 가능한 재원이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보다 많았다.

반면 인천 교육청과 광주 교육청의 경우는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활용 가능 재원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교육청의 경우 717억원, 광주 교육청이 400억원이 각각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감사원은 또 시도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편성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이 유효하므로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하여 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감사 내용은 결론적으로 교육부의 입장과 유사한 것으로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법률자문을 통해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부담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이 "현시점에서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신민철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브리핑에서 "시행령이 위헌이냐 위법이냐 판단 기관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으로 감사원이 아니다"면서도 "보육 대란 계속되는 이 와중에 지금 상황에서 현시점에서 어떻게 해석하는지 적절한지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 자문 결과 다수 의견이 위헌·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으며 논거도 타당했다"면서 "현시점에서는 가장 중립 객관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누리과정 예산으로 활용 가능한 재원 계산이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신 사무차장은 "보수적으로 현장에 나가서 하나하나 확인했던 것"이라면서 "활용 가능한 재원 분류는 해당 교육청도 다 인정했다. 다만 이것을 누리과정에 쓸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해서는 교육감마다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교육청이 이번 감사 결과를 이행할지도 문제다.

신 사무차장은 "감사결과가 통보돼도 그 자체로 강제성을 띄진 않는다"면서 "교육청이 앞으로 있을 누리과정 에산시에는 추경 반영해서 적극 편성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