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유세례, 낯설지만 익숙한 그녀에게
2016-05-23 14:00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아직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그가 출연했던 다수의 작품들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숨겨진 ‘흥행보증수표’다. 바로 배우 유세례 이야기다.
“올해 햇수로 데뷔 13년차 된 연기자입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데뷔한지 좀 된 연기자입니다.(웃음)”
솔직히 말해보면 본인도 유세례라는 이름이 낯설었다. 하지만 그는 ‘주몽’부터 ‘조강지처클럽’ ‘솔약국집 아들들’ ‘싸인’ ‘산너머 남촌에는’ ‘그래도 푸르른날에’와 최근 가장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또 오해영’ 등에서 조, 단역으로 출연하며 필모그라피를 쌓은 배우다. 이름보다 얼굴이 더 알려져 있다. 그리고 수많은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고등학교 때 ‘미스 해태’로 선발 됐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잠깐 광고 활동을 하다가 그게 인연이 돼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학교만 다녔어죠.(웃음) 졸업하자마자 ‘주몽’으로 드라마 데뷔를 했습니다. 사실 저 걸그룹을 준비했었거든요.(웃음) 제가 걸그룹을 준비할 때는 핑클, SES 등이 굉장히 인기 있고 유행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아 걸그룹의 길은 가지 못하게 됐어요. 대학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활동이 뜸해졌고 졸업해서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 걸그룹 준비했었던 것 처음 이야기 하는 거예요. 하하하.”
처음 유세례를 마주 했을땐 얌전하고 청초한 이미지 때문에 걸그룹을 준비했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그의 고백(?)은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MBC 어린이 합창단 출신이라고 할 정도로 가무에 꽤 능해 보이는 그는 어쩌면 처음부터 연예인이 당연한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걸그룹을 준비하다 이루지 못한 못내 아쉬운 꿈은 “드라마 OST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어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제가 초반에 했던 드라마가 ‘주몽’ ‘조강지처 클럽’ 같은 시청률 대박 드라마였어요. 그 이후 2년 동안 오디션조차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작품이 뚝 끊겼던 시기가 있었죠. 그 당시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어렸을 때도 몰랐던 이 길에 대한 고민이 그 당시에 생기더라고요. 제가 종교가 있어서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면서 그 시기를 지낼 때가 아마 저는 사춘기였을 거예요.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교회에서 이름을 바꿔보라고 권유해주셨고, 그 이후에 저의 꿈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제가 연기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잘 알겠더라고요. 사실 제가 지구력이 없는 성격인데 연기만큼은 달랐어요. 연기를 할 때면 즐거움을 느꼈고, 희열을 느끼게 됐죠.”
그가 2년의 슬럼프 속에서도 연기의 끈을 놓지 않을 만큼, 연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제 속 마음을 100% 들어내는 성격이 아니에요.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속으로 삭히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대신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더라고요. 그렇게 스트레스를 해소를 하고 너무 재밌고, 그런 부분이 연기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끔 만들어줬죠”라며 웃었다.
유세례의 슬럼프는 ‘조강지처 클럽’ ‘솔약국집 아들들’과 ‘오작교 형제들’ 작품에 들어가기 전 2008~2009년 쯤 부터 꼬박 2년이었다. 당시엔 어린 나이었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조,단역이라는 역할에 자격지심이 있었다며 고백했다. 그 자격지심이 슬럼프로 연결됐다고.
“처음엔 (조, 단역이라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었죠. 하지만 2년이라는 공백기를 지나면서 참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요.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시간들이었단 생각이 들어요.(웃음)”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며, 자신에게 닥쳐왔던 불운 아닌 불운의 시간도 슬기롭게 극복해낸 유세례는 힘든 시간동안 인간 유세례로, 또 배우로 훌쩍 성장했다. 2년의 공백기 동안 자신의 재능을 살려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도 했고, 드라마 모니터를 꾸준히 했다. 그리고 자신이 안 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뮤지컬, 연극 오디션을 보기도 했고 여러 드라마를 보며 공부했습니다. 운동선수들은 매일 운동을 하면서 자신을 관리하잖아요. 공부를 하던 몸매 관리를 해야 하는데 전 그런 게 없었거든요. 공백기 동안 부모님과 같이 살다 보니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당시에 ‘수능 시험을 칠까?’ ‘아르바이트를 해볼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피아노 학원 강사를 알아보기도 했지만 현실에 부딪히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아 사회가 이런 거구나’하고요. 제가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다고 느껴지더라고요. 히스테리도 있었죠. ‘왜 나는 이렇게 안 될까.’ 이런 생각도 했었지만, 조금씩 마음도 변하고 생각도 바뀌면서 어른이 됐던 것 같아요.”
처음엔 ‘배우’ ‘연기자’라는 이름 때문에 고집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연기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면, 이젠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시간을 할애하며 꼭 배우자는 마인드로 바뀌게 됐다. 그 결과 유세례는 플로리스트 3급 자격증과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어찌 보면 연기자라는 이름의 무게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바리스타 자격증은 봉사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럼에도 “제가 힐링 할 수 있는 시간이고, 저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현재 유세례는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하고 있다. 자신을 옆에서 케어해주는 매니저도, 스타일리스트도 따로 없다. 가끔 스케줄이 바쁠 때면 그의 어머니가 운전을 해주시는 정도일 뿐. 그는 이 마저도 자신이 2년의 시간동안 달라진 부분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제가 예전엔 매니저와 다닐 때도 거의 제가 스스로 했던 성격이었어요. 제가 직접 가져오는 게 편하더라고요. 제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제가 ‘그래도 푸르른 날에’를 할 땐 분량이 엄청 많았는데도 6개월 동안 혼자 했는데 그땐 좀 힘들었어요. 그래도 막상 끝나고 나선 제가 ‘이것도 해냈다’라는 성취감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직접 제 짐을 여행 가방에 넣고 끌고 다니기도 했죠. 하하하. 그래서 드라마 할 때 오미연, 정경순 선배님꼐서 어떻게 혼자 하냐고 걱정 해주시기도 했죠.(웃음)”
무작정 예뻐보이길 원했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배역 자체에 빠져들고, 부담스러운 메이크업보다 연기에 몰입하는 모습이 더 예뻐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산너머 남촌에는’에 출연할 때느 수더분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직접 시장에 가서 5000원짜리 티셔츠를 구매하기도 했으며,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기도 했다. 평생 연기를 하기 위해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겠다며 예쁜 여배우가 아닌 진정한 배우로 살고 있다.
배우 유세례의 인생은 공백기 2년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실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사람을 믿지 못했던 시간이 있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제가 연기를 시작할 초반에 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요. 금전적인 사기가 아닌 배신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쪽 분야 사람에게 받았던 배신감이죠. 그래서 연기자와는 친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당시 함께 드라마 했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일이 있을 때 정말 친하게 지내다가 제가 일이 끊긴 뒤 전화를 하면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다시 콜 백도 없고요.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던 제가 하찮아 보였나보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아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하고요. 제가 마음을 그렇게 줬는데도 상대방은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정마 속상했어요. 그러다 성경 모임이라든가 여러 지인들을 알면서 저절로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치유 돼 가더라고요.”
유세례는 힘들었던 당시, 과거 자신과 함께 대학교에 다녔던 동기 언니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고 마음을 전했다. 자신이 연기를 계속해야 할까하는 고민의 연속에서 언니는 그만두지 말라고 그를 다독였다. 그게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큰 힘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유세례는 3년마다 매주 목요일마다 자신과 같은 종교를 가진 배우들과 함께 성경 공부 모임을 가지며 꾸준히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배우 조안과 명세빈, 권은정, 서동건과 임지은 고명환 부부와 함께 목요일 아침 10시 반부터 모여 성경공부를 하고, 밥을 먹고 수다를 떨며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또 그는 최근에 부쩍 가까워진 배우 송하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웃었다.
“제가 ‘그래도 푸르른 날에’를 하면서 송하윤과 친해졌어요. 당시 드라마에서 6개월 동안 친구로 나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 저를 잘 챙겨주려는 모습이 참 고맙더라고요. 오늘 아침에도 전화가 와서 전동 칫솔을 선물로 해주겠다고 어떤 색깔을 좋아하냐고 묻는데 너무 고맙고 참 예쁜 친구 인 것 같아요.”
참 올곧은 길을 걸어왔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은 비중과 상관없이 소중하게 생각하며 받아들일 줄 아는 진정한 배우라는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13년이란 시간을 연기자로 살아왔지만, 앞으로도 더 연구하고 공부하며 제대로 된 연기를 해보겠다는 생각이 확고해 보였다. 그리고 대중들은 이제 유.세.례 이름 세 글자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연기도 그렇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그 친구는 믿음이 간다’ ‘그 연기자는 어떤 배역을 줘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저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아닌 ‘참 사람이 괜찮다’라는 믿음을 주고 싶습니다. 지금도 13년 동안 연기를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하겠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그런 연기자가 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