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임박…구조조정 칼자루 정부가 쥐나

2016-05-22 12:28
국책은행 자본 확충 정부와 한은 팽팽한 줄다리기
한은 금리인하 명분 축소…정부 직접출자 압박 거세질 듯

아주경제 배군득·문지훈 기자 = 다음달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가 사활을 건 구조조정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4월 의사록을 통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부분을 시사했다.

연준 위원들은 한국시간 기준 지난 18일 밤 공개된 4월 의사록에서 “2분기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고 노동시장의 양호한 흐름과 소비자물가 상승 가능성이 확인되면 6월 회의에서 정책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은이 유지해 온 금리인하 기조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11개월 동안 금리동결을 결정한 것도 금리인하 기조에 따른 수순이다. 동결은 했지만 인상보다는 인하 쪽에 무게를 둔 조치였다.

미국의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이같은 한은의 금리인하 기조에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로서는 답보상태에 빠진 구조조정에서 한은을 압박할 만한 확실한 카드가 생긴 셈이다.

◆ 정부 “한은 직접출자가 최상의 시나리오”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조선과 해운 등 한계산업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내달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협의체는 재정과 통화정책을 아우르는 ‘폴리시 믹스(정책조합)’ 한 축으로 우선 한은이 제안한 간접출자 형태 자본확충펀드 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펀드에 대출해주는 대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급보증에다 대출금 조기 회수방안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수출입은행에 대한 직접출자는 더 어렵다고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직접출자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정부는 다음달 안에 구조조정 큰 틀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6월은 2분기 마지막 능선이라는 점도 정부가 서둘러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길게 끌고 갈 경우 하반기 경제정책 구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그만큼 다음달 미국 금리인상은 구조조정에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정부가 의도한 국책은행 직접출자 여부가 판가름 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방안은 빠를수록 좋다. 2분기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재정확충 방안 등 모든 부문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한은의 직접출자가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한은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미국 금리인상 여부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통화정책 운신 폭 좁아진 한은의 선택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한은으로서는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현재 진행 중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내수가 더욱 침체되거나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한은은 이와 반대로 낮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전망이 예상보다 앞당겨지면서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유가 없어졌다. 한은이 미국 통화정책과 상반된 움직임을 보일 경우 내외금리차가 축소돼 증시 등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한 외국인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한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줄어들고 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국책은행 출자 여부를 두고 기재부, 금융위원회 등과 논의 중이지만 이와 별개로 기준금리를 낮춰 간접적으로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잃고 있다.

민간경제 연구소 한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운식 폭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한은의 직접출자를 요구하는 정부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한은도 무작정 반대할 명분이 줄어든 셈”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