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오너끼리 통한다"...'게임빌'송병준·'이스트소프트'김장준의 남다른 우정

2016-05-23 05:30

왼쪽부터 송병준 컴투스·게임빌 대표,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창업자.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2014년 10월 9일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의 부친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4호실. 조문객들의 발길이 드문 자정 무렵 뜻밖의 한 인사가 찾아와 얼굴을 비추면서 빈소를 지키던 직원들 사이에는 소곤소곤 귓속말이 오갔다.

IT업계에서 익히 알려졌지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전형적인 '은둔형 최고경영자(CEO)'로 불리는 송병준 컴투스·게임빌 대표가 직접 조문을 찾아온 것. 한밤중에도 불구 김 대표의 부친상 소식을 듣고 달려온 송 대표는 굳은 얼굴로 절친한 지인의 손을 맞잡고 조의를 표했다. 허물없이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송 대표의 깜짝 등장에 현장에 있던 업계 종사자들은 눈을 의심했다. 역시 외부 노출을 많이 꺼려 '운둔형 신비주의 CEO'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김 대표와 송 대표와의 의외의 인맥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좀처럼 막역하게 누구와 어울리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어떤 인연의 끈이 놓여 있을까. 

22일 업계에 따르면 송 대표에 관해 대외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언론은 물론 주요 공식석상 등 외부활동을 접고 있기 때문이다. 그 흔한 트위터와 페이스북 조차 쓰지 않는 성격 탓에 회사 내부적으로도 송 대표를 잘 아는 직원이 없을 정도다. 그는 2013년 컴투스와의 합병으로 한 주 중 2~3일은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컴투스 본사로 출근하며 나머지는 서초동에 있는 게임빌 사옥으로 향한다. 내부 최측근 외에는 그의 동선을 아무도 모르며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외부일정 없이 회사에서 꼬박 1주일을 보내며 업무에만 집중한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 역시 업계에서 소문없이 움직이는 정중동 행보로 유명하다. 그 어떤 외부행사나 공식적인 IT CEO 모임에서 그의 얼굴은 찾아 볼 수가 없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회사의 대표 직함을 내려놓고 이사회 멤버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회사로 매일같이 출근하고 있다. 평소 묵묵히 혼자만의 경영 구상에 몰두하기 때문에 집무실에서 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회사 측근에 따르면 김 대표는 외부일정을 모두 차단한 채 기존의 보안과 포털, 기업용 메신저, 게임 등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시키는 ICT 융합 신사업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안팎으로 두문불출의 아이콘인 두 사람이 친해진 계기는 무엇일까. 송 대표(1976년생)와 김 대표(1972년생)는 4살의 나이 차이가 난다. 송 대표의 고향이 대구인 반면, 김 대표는 서울로 출신 지역도 다르다. 특히 송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김 대표는 한양대 수학과를 나왔다. 나이부터 출신지, 학교·전공에 이르기까지 두사람의 공통분모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들의 끈끈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준 계기는 바로 '게임'이었다. 이스트소프트가 2005년 출시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카발' 온라인 게임이 둘의 오작교 역할을 했던 것이다. 디아블로, 뮤 등 온라인 게임 광이었던 김 대표는 카발 개발에 들어간 2002년부터 '카발 2' 개발까지 송 대표와 게임 사업 전반적인 부문에 대해 많은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부터 송 대표와 김 대표의 관계는 급속도록 가까워졌다. 게임외에 개인적 취미에서도 코드가 맞았다. 송 대표는 음악적 재능이 있어 재즈피아노를 치는걸 즐겼으며, 김 대표는 고등학교시절부터 대학교까지 밴드활동을 했던 실력파 뮤지션이다. 

또 서울대 창업동아리의 초대회장을 맡은 송 대표와 한양대 컴퓨터 동아리를 이끈 김 대표의 독특한 대학 시절 리더십에서도 그 둘의 공감대는 형성됐다. 뜻을 품고 창업하는 과정은 물론, 예술적 정서에 기반한 경영철학까지 통하면서 강한 교감이 서로를 이끌었던 셈이다.

실제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는 사례가 또 하나 있다. 송 대표가 2004년 가을 결혼할 당시 하객 중 유일하게 참석했던 업계 유명인은 김 대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대표가 하객으로 방문했다는 사실은 IT 업계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드물다.

송 대표와 김 대표의 올해 첫 출발은 좋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이스트소프트도 같은 기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소탈한 성격에 좀처럼 겉으로 나서는 법이 없지만 확고한 신념으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 가는 두 사람의 남다른 우정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