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찬 명예회장의 사람 사랑 “선행을 바위에 새기고 싶다”

2016-05-19 14:10
코오롱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100호 발간

1999년 5월에 발행한 살맛나는 세상 창간호(왼쪽)와 올해 5월로 통권 100호를 맞이한 살맛나는 세상 특집호[사진=코오롱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정 모임’은 “우리 아이는 우리 손으로 길러야 한다”는 취지 아래 엄마를 잃을 위기에 처한 아기가 엄마 품에 다시 포근히 안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1988년 시작한 모임이다. 미혼모와 미혼모 가족이 사회의 편견을 딛고 당당히 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준영 씨’는 버스를 개조해 만든 그림책 도서관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어린이들을 직접 찾아가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마산 함포할머니봉사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할머니 회원들로만 구성됐다. 1995년 재봉틀 4대로 흔히 ‘몸빼’라고 불리는 헐렁한 바지를 하루에 20여 개씩 매년 1000여 개 이상을 만들어 양로원, 병원 등에 기증했다.

2011년 자발적으로 시작된 양업고 봉사동아리 ‘형 언제와’는 8명의 학생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일대일로 전담해 보살핀다.
이들은 모두 코오롱그룹 오운(五雲)문화재단이 선정한 ‘우정선행상’ 수상자들이다. 이들의 사연은 재단이 발간하는 격월간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을 통해 소개돼 많은 이들로부터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이웃은 물론 형제들과도 등을 돌리는 각박한 현재. 그늘 속에 가려져 있던 선행과 미담 사례를 엮은 ‘살맛나는 세상’이 이달 100호를 맞았다. 살맛나는 세상은 1999년 이 책은 고(故) 우정(牛汀)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처음 발간됐다.

우정은 생전 “선행은 모래에 쓰이고 악행은 바위에 새겨진다는 말이 있다. 선행은 그만큼 쉽게 잊힌다는 뜻이다. 저는 우리 사회에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의 선행을 모래가 아닌 바위에 새기고 싶다”며 살맛나는 세상이 지향하는 바를 설명했다.

환경부 장관을 지낸 연극배우 손숙 마포문화재단 이사장은 100호 특집호에 실린 우정에 대한 추모글에서 “재벌 회장님이란 선입견 탓일까. 다가가기 힘들고 카리스마 엄청난 그런 분 일거다 상상했는데 세상에 회장님은 맑고 천진한 소년 같은 어른이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돈이나 명예·권력 이런 걸 모두 초월한 내 옛날 어릴적 할아버지 같은 분. 맑고 고고한 선비 같은 분. 가슴에 맑은 물이 흐르는 예술가 같은 분. 제가 처음 본 회장님은 제게 그런 분으로 각인되었고 저는 첫날부터 회장님을 서스럼 없이 존경하고 좋아하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살맛나는 세상은 지난 17년간 총 767건의 따뜻한 나눔 사례를 소개했다. 기사로는 1373건, 총 5276 페이지에 달한다. 평범한 이웃뿐만 아니라 배우 김갑수, 한지민, 가수 강원래, 팝페라가수 임형주 등 명사들의 나눔과 봉사 이야기를 담아왔다.

오운문화재단은 “앞으로도 역할을 꾸준히 실천해 책자의 명칭처럼 진정으로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