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경제난 베네수엘라에 발목잡힌 중국

2016-05-18 11:38

최근 베네수엘라의 고속철 공사 현장모습.[사진=바이두]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남미지역에서 중국의 최대우방인 베네수엘라가 최악의 경제난을 겪으면서,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중국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석유매장량 1위국가다. 막대한 원유매장량을 바탕으로 사회주의정권이 들어서 있으며,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공공연히 미국에 반기를 들어왔다. 이 틈을 탄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절부터 베네수엘라에 공을 들여왔으며, 베네수엘라의 최대투자국이자 최대우호국으로 떠올랐다.

2007년 이후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제공한 차관만 650억달러에 달한다. 베네수엘라는 이 차관으로 고속철과 철도, 도로 등 인프라건설을 하기로 했으며, 중국에는 원유로 상환키로 했다. 아직 300억달러 규모의 차관이 미상환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외화유입이 급감했으며, 극심한 가뭄으로 수력발전량이 줄어들며 경제난을 맞았다. IMF는 올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이 무려 72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중국에 상환해야할 원유 실물 역시 급증했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는 지난달 중국에 상환조건 완화를 요청했으며, 중국은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미구엘 페레즈 베네수엘라 경제 담당 부통령은 "중국에 대한 차관상환 조건에 좀 더 융통성을 기해졌다"며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산소호흡기를 공급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채, 차관만기, 투자금총액과 비재정조건 등에 대폭 개선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17일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양국은 금융협력시스템에 융통성을 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중에 있다"고만 밝혀 상환조건 조정을 부인하지 않았다. 중국으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차관상환조건을 느슨하게 해준 셈이다.

중국이 제공했던 차관은 고속철 등 베네수엘라의 인프라건설에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현재 고속철사업 등은 모두 중단된 상태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고속철 공사현장은 과거 16개월 전만 하더라도 1000여명의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표지판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상태다. 2012년 완공예정이었던 철도구간역시 아직도 완공이 되지 않은채 방치되어 있다. 이는 중국이 제공했던 차관이 모두 고갈된 상태임을 뜻한다.

케빈 갈라허 보스톤 대학 교수는 “중국 정부는 과거 여신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여신을 단행하고 있다”며 “말 그대로 베네수엘라에 발목을 잡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남미연구소장인 우훙잉(吴洪英)은 "중국이 제공한 차관은 리스크가 존재하긴 하지만 상환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양국관계를 위해 중국은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