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들, 엔 강세로 순익 전망에 먹구름
2016-05-17 13:45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일본 기업들이 엔 강세에 직면하여 지난 회계연도에 4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순익 감소를 보고했다. 현 회계연도의 순익 전망 역시 밝지 않다고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올해 3월 31일까지인 2015/16 회계연도에 일본 기업들의 실적은 실망스러웠다. WSJ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 가장 먼저 두 가지를 꼽았다. 엔 강세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경제 둔화가 그것이다.
이달 13일까지 일본 증시 주요 상장사 중 97%가 2015/16 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SMBC 닛코증권에 따르면 이들의 순익은 전년비 1.9% 감소했다. 이에 앞서 가장 최근에 연간 순익이 줄었던 적은 동일본대지진을 겪었던 2011/12 회계연도였다.
올해 1~3월 엔은 달러 대비 약 7%나 치솟았고 같은 기간 일본 기업들의 순익은 전년 동기비 42% 급감했다. 지난 몇 년간 기록했던 기록적인 실적이 확실한 엔저 효과였음이 증명된 것이다.
향후 전망도 암울하다. 일례로 도요타 자동차는 내년 3월에 끝나는 2016/17 회계연도 순익이 35% 줄어든 1조 5000억엔(약 16조원)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요타 외에도 마즈다 자동차, 후지 중공업, 스즈키 자동차 역시 올해 두 자릿수 대의 순익 감소를 전망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경제 둔화는 일본의 철강 및 비철금속 업체들을 짓누르고 있다. 일본 최대 무역회사인 미쓰비시 상사는 사상 처음으로 2015/16 회계연도에 1494억엔 손실을 보고했으며, 니폰스틸 앤 스미토모메탈의 경우 연간 순익이 32% 곤두박질쳤다.
그 밖에도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 UFJ 금융그룹은 에너지 업종 관련 상각으로 인해 순익이 전년비 8% 추락했으며, 올해 순익 역시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마진 압박으로 10% 이상 급감한 8500억엔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 둔화도 일본 부품 제조업체에 부담이 되면서 애플에 납품하는 재팬 디스플레이와 소니의 디바이스 부문도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부 업종은 일본의 관광업 호황을 톡톡히 누렸다. 일본의 2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은 2015/16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보고했다. ANA는 영업이익이 전년비 49% 급증한 1364억6000만엔을, JAL은 16% 오른 2091억9000만엔을 발표했다.
다이와 증권의 타카하시 카즈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회계연도에 일본 기업들의 순익은 환율에 따라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환율에 의존하지 않고 순익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