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탄핵사태’ 주시하는 국내 건설사들…남미 최대 건설시장 문 열릴까?

2016-05-18 10:30
자국 건설사와 정부 유착으로 배타적 시장환경…독과점 유지 구조
심각한 부패로 이번 탄핵사태 정점에 서 있는 건설업계…공정경쟁 목소리 커져

2013~2016년 국내 건설사 브라질 진출현황 [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신문 김종호 기자 = 브라질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으로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로 브라질 자국 건설사들의 부패가 전면에 떠오르면서 해외 건설사를 향한 진입 장벽이 무너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브라질에서 따낸 건설수주는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1380만달러(약 162억7000만원) 규모의 ‘삐라시카바 HMB연구동 신축공사’를 수주한 게 전부다. 2014년 올린 5건의 수주도 총 1073만달러(약 126억5000만원) 규모에 불과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브라질에서 월드컵과 올림픽 등을 포함한 대형 건설 프로젝트들이 쏟아졌음에도 현지 건설사의 높은 기술력과 자국 정부의 밀어주기로 국내 건설사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며 “브라질은 남미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큰 건설시장이지만, 현재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브라질의 건설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627억달러(약 308조9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단순 수치로 보면 100억달러(약 11조7600억원) 규모 베트남 건설시장의 26배가 넘는 거대시장이다.

그러나 브라질 건설시장은 현지 건설사들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브라질 정부의 자국 기업 밀어주기 등에 따라 해외 업체에 배타적인 시장환경으로 독과점이 유지되는 구조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브라질에서는 축구와 건설만큼은 우리나라보다 뛰어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건설업체들이 높은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면서 “여기에 정치권과 대형 건설사의 유대관계가 굉장히 깊어 해외 업체를 향한 진입장벽은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 건설사들은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브라질 탄핵 정국의 정점에 바로 브라질 건설업체들이 서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브라질 검찰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건설 회사들로부터 고급 아파트 등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올해 개최되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건설 계약의 절반 가량을 따낸 건설사인 라바 자투는 현 정권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며, 올림픽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브라질 석유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페트로브라스 정유회사로부터 대형 건설사들이 건설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이 오갔고, 이 중 일부가 정치권에 흘러들어간 비리 스캔들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탄핵 사태의 도화선이 건설업계의 부패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건설시장의 문을 열고 공정경쟁 시켜야한다는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호세프 대통령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브라질 건설시장의 정경유착, 독과점 구조가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향후 브라질 건설시장이 오는 2020년 3695억달러, 2025년에는 5155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인 만큼, 국내 건설사들은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브라질 수주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