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시도(試圖)에서 주도(主導)로…tvN의 10년

2016-05-17 13:31

[사진=MI 주식회사 김기재 이사]

‘시도’(試圖)라는 표현보다 ‘주도’(主導)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워 지고 있다. 스스로 ‘미생’임에 좌절하지 않고 ‘완생’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한 지 올해로 10년이다. 대중에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방식과 수단이 무한히 제공되는 요즘, 특정 채널이 시청자의 입에 꾸준히 오르내리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케이블 채널 tvN이 드라마 콘텐츠 플랫폼의 선구자가 되기까지 겪은 시행착오는 무수하다. 안정적 수익구조는 물론, 시청자층 확보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엔터테인먼트 전문 채널에 국한하여 드라마를 제작, 방영한다는 것은 채널의 인지도를 통해 콘텐츠를 접하는 국내 시청자를 끌어들이기에 너무나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다.

지상파 3사 카르텔은 얼마나 단단했던가. 기성 채널에 맞서는 것은 투자를 넘어 도박처럼 보였다. 뒤처지지 않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더욱 무거운 과제는 플랫폼이 지니는 파급력 자체를 채널의 퀄리티로 여기는 대중의 인식이었다.

한 분야에서 10년을 집중하면 성과가 생긴다고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믿음이 지금의 tvN을 있게 했다. ‘하이에나’, ‘인어이야기’를 방영한 2006년, 모험이 가능한 능동적 시청자를 대상으로 벤처기업이 아이디어 상품을 선보이듯 방영을 시작하여, 이후 ‘막돼먹은 영애씨’(2007~)와 같은 시리즈물과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장르물 등을 통해 마니아층을 만들고, ‘미생’(2014), ‘응답하라 시리즈’(2012~)에 이르면서는 사회적 영향을 주는 새로운 채널로 거듭났다.

초기의 tvN을 시청하는 이들은 새로운 콘텐츠에 목이 마른, 능동적 성향이 강했기에 채널은 젊은 세대를 주된 타겟으로 했고, 최근까지도 타겟층을 20~40대라 표방하였다. 하지만 지난해 신드롬과 같았던 ‘응답하라 1988’을 통해 tvN의 타겟이 2040에 국한되지 않음을 증명했다. 올해 방영된 ‘치즈인더트랩’, ‘시그널’, ‘피리부는 사나이’ 등의 높은 시청률과 그보다 높은 화제성은 tvN을 향한 폭넓은 연령층의 열광이 단발성이 아님을 보여줬다.

여전히 tvN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지난 7일 종영한 금토드라마 ‘기억’은 이성민·김지수·박진희까지 주인공을 모두 40대 배우로 캐스팅하는 과감함이 돋보였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변호사를 내세워 늘 잊고 살았던 ‘자아’, ‘가족’, ‘가치관’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는데, 그 메시지가 더욱 묵직하고 밀도 높게 다가온 것은 이 중견 배우의 연기 덕이다.

현재 방영 중인 ‘디어마이프랜즈’ 역시 김영옥, 김혜자, 나문희, 주현, 고두심 등 노년 배우를 앞세웠다. 젊은층을 타겟으로 해 독특한 소재, 지상파가 보여줄 수 없었던 신선함으로 어필했던 tvN이 새롭게 허물을 벗고 한층 성년이 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의미를 부여해본다.

트랜드를 선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매년 똑같은 사계절이 반복되지만, 때마다 유행은 바뀌듯, 콘텐츠에도 트랜드가 있기에 항상 변화에 민감해야 할 것이다. tvN이 10주년을 기념하며 내세운 슬로건, ‘Content Trend Leader’에 부합하는 채널로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시도를 넘어선 시도가 절실하다. 스스로를 규정짓지 않고 유기성을 갖는 것, 두려움 없이 시도하는 것, tvN이 10년간 멈추지 않았던 것이기에 초심을 잃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
 
-MI 주식회사 김기재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