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세 세입자들 ‘웃돈 경쟁’ 경매회사 등장
2016-05-17 07:23
샌프란시스코, 월세 치솟아 구하기 어려운 상황 이용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대도시들의 주택 월세 상승이 계속되면서 세계 정보기술(IT) 중심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월세 아파트 입주를 원하는 세입자들끼리 웃돈을 걸고 경쟁하는 온라인 경매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SFC)에 따르면 이 도시에 있는 '렌트베리'(Rentberry)라는 스타트업(신생기업)이 17일(현지시간)부터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가 등장한 것은 샌프란시스코와 그 위성도시인 새너제이, 오클랜드 등을 포함한 베이 지역에서 아파트를 구하기가 워낙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세를 구하려면 지역별로 운영되는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org) 등 무료 게시판에 집주인들이 올린 게시물을 살펴보고 조건이 맞으면 개별로 연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최근 샌프란시스코와 그 근교에서는 주택 가격과 월세가 치솟으면서 세입자들이 집주인이 제시한 월세보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주기로 하고 입주하는 경우가 늘었다.
렌트베리 최고경영자(CEO) 앨릭스 루빈스키는 SFC에 이런 과정이 "석기시대"와 같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며 "우리는 경매의 요소를 갖춘,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신청 과정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매 시스템을 이용하면 집주인이 매물을 올리는 것은 무료지만 세입자는 돈을 내야 한다.
이 회사는 사업 초기에는 거래가 성사될 때 정액으로 25 달러(2만9천 원)를 세입자로부터 받기로 했으나,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세입자가 지불키로 한 '월세 웃돈'의 일정 비율을 매월 세입자로부터 받을 방침이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을 때 원래 제시한 월세가 3천560 달러(419만 원)였는데 세입자가 웃돈을 제시해 실제 지불하는 월세가 4천 달러(471만 원)인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됐다면, 세입자가 웃돈으로 지불한 차액 440 달러(52만 원)의 25%인 110 달러(13만 원)를 매월 회사에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집주인은 세입자들이 제출한 월세 액수 제안과 신용 점수 등 정보를 감안해 경매에 응한 세입자들 중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한 후 온라인으로 계약할 수 있다.
루빈스키는 이 지역처럼 부동산 경기가 좋은 곳에서는 평균적인 세입자가 월세 매물을 구하러 다니는 데에 7∼10시간을 쓰고 신청서를 내는 데에 수수료로 최소한 400 달러(47만 원)을 들인다며 이 서비스가 세입자에게도 시간과 돈을 아끼게 해 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