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황당한 '아메리카 퍼스트' 왜 먹히나
2016-04-28 14:19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외교정책 구상을 밝혔다. 이른다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그것이다. 미국의 이익을 제일로 앞세우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구호'만 앞섰으며,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주장들을 담고 있다는 평가가 CNN 등 현지 언론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는 트럼프를 떠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 내의 중산층 붕괴 등으로 박탈감이 심해진 미국인들에게 밖에서 적을 찾는 트럼프의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논리 실종' 구호만 앞서는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트럼프표 외교 정책의 핵심인 '아메리카 퍼스트 (America First):미국 제일주의'는 거꾸로 지금까지의 미국 외교정책이 미국을 우선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전제로 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번 연설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방향을 전면 수정할 것을 시사했다. 미국이 무역과 안보 측면에서 우방국들에게 베풀기만 하고 있으며, 제대로 실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는 동맹·우방국의 신뢰를 다시 얻겠다면서, 중국이나 러시아와도 상호 이익을 따져서 '공통분모'를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을 예측이 불가능한 나라로 만들어 주도권을 가져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앞의 발언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외교정책 발표에 현지언론은 혹평이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사설에서 "경험이 부동산 거래에만 한정돼 있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임대 거래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보호와 교역, 우정의 대가로 더 많은 돈과 군대, 정책변화 등을 요구하면서 정치인이 아닌 기업가의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해결방식이 없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BBC 등은 트럼프의 연설에 무엇 (WHAT)만 있을 뿐 어떻게 (HOW)는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싶다는 식"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 일방적, 고립적 외교정책 왜 먹히나
그러나 트럼프의 '구호중심' 외교정책은 미국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래에 대한 미국민들의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고 일부 언론들은 분석했다.
1988년에서 2008년사이 중국의 중산층 소득은 70%가 늘어난 반면, 미국의 중산층의 소득은 4%만 증가했다고 CNN은 '글로벌 불평등'이라는 책을 출간한 경제학자 블랑코 밀라노빅의 책을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자유무역 확대에 따른 중국 등 신흥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미국민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유권자의 43%는 국외 무역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세계의 공장 '중국'은 미국 중산층 몰락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 외교정책은 중산층, 특히 하위 중산층을 끌어당길 수 밖에 없다. 65%가 넘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자유무역에 반대하고 있다. 더군다나 트럼프는 중국, 멕시코 등에서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아 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27일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다시 '자국민의 이익'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행정부에서 "모든 미국 국민의 이익은 다른 어떤 나라 국민의 이익에 우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는 TPP와 같은 자유무역 정책에서는 미국 국민의 이익은 뒷전이 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며, 이를 뒤집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세계가 자유무역 확대의 방향으로 나가는 현실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일방주의·고립주의적 외교정책은 앞으로 많은 나라와 충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