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연설 통해 사실상 대선후보 행보 본격화
2016-04-28 06:28
외교정책 '미국 우선주의' 표방, ‘오바마 정책 뒤집기’ 천명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거의 굳힌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대통령 후보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했다.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5개 주 동북부 선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대세를 굳힌 직후 27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본격적인 정책연설을 시작하며 공화당 대선 후보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이날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열린 첫 정책연설에서 트럼프는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인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골자를 공개했다.
트럼프는 특히 "오바마의 외교는 비전이 없고 목적이 없고 방향도 없고 전략도 없다"며 4무(無)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특히 "우리가 지켜주는 나라들은 반드시 방위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들 나라가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준비해야만 한다. 우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그동안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우방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해 왔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트럼프의 공식적인 외교·안보 구상 차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무게를 갖고 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핵 능력을 확장하는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바라만 보고 있다"면서 "심지어 북한을 제어하도록 중국에 대한 우리의 경제·무역 영향력을 사용하지는 않은 채 오히려 중국이 미국인의 일자리와 재산을 공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이 통제 불능의 북한을 제어하도록 중국에 우리의 경제력을 행사하는 등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또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싸잡아 "오바마-클린턴의 개입 정책은 유약하고 혼란스럽고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인과 미국의 안보를 모든 것에 앞세우는 '미국 우선주의'가 나의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나는 이것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것이다. 미국은 다시 강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정책 연설이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주변 도로를 봉쇄하는 등 '철통경호'가 펼쳐졌고, 일반인들이 트럼프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원천 차단됐다.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호텔 밖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 호텔 내에서도 한 남성이 ‘반 트럼프’ 구호를 외치다가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