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못 벗은 새누리, 비대위 체제 '험로' 예상
2016-05-16 17: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혁신위원회 투 트랙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채비를 어느 정도 마쳤다.
최우선 과제로 손꼽히는 것이 계파 갈등 해소다. 그러나 비대위 구성부터 또 다시 계파 몰아주기란 지적이 나오는 등 벌써부터 험난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비대위원들과 첫 상견례를 했다. 비대위원은 3선의 이혜훈 당선인과 김영우·김세연·이진복·홍일표 의원, 재선의 한기호 의원과 초선의 정운천 당선인이 각각 선임됐다. 대부분 비박(비박근혜)계다. 여기에 정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홍문표 사무총장 권한대행이 당연직으로 포함됐다.
홍일표 의원은 "지난 한 달간 쇄신은 고사하고 반성도 못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당이) 주고 있다"면서 "사람이 몰려드는 정당이 아니라 떠나가는 정당이 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 구성원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이 새누리당의 구원투수이자 새롭게 출발하는 20대 국회의 선발투수라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비대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이혜훈 당선인은 기자와 만나 "물을 칼로 자르는 것처럼 되지 않겠나"라며 "어차피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당무를 보다보면 혁신위 소관인지 비대위 소관인지 경계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고, 유기적으로 협의하며 같이 가는 부분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다시 '계파'다. 원내지도부 구성을 두고 '도로 친박당'이란 비판을 나온 데 이어, 이제는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비대위 인선에 대해 '비박계 몰아주기'란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친박계로 불리는 초재선 의원은 20명 공동 명의로 아예 '비대위원 및 혁신위원장 인선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했다. 김선동, 김태흠, 박대출, 이장우, 박덕흠 의원 등이 자리했다.
발표 직후 김태흠 의원은 "지금의 인선은 한쪽으로 치우친 결정"이라며 "치우친 결정을 수평으로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장우 의원은 "비대위원 인선을 당내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했고, 편향적 시각으로 일부 계파에 앞장섰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선임)했다는 게 문제"라며 "계파색이 엷고 당내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사람들로 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핵심 인사로 불리는 홍문종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원내대표가 굉장히 고독한 결정을 하고 계신 것 같다"면서 "몇몇 분들하고 상의를 하고 비대위 구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들을 여러 분들이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한만큼 비대위가 혁신위와 손잡고 계파 갈등을 딛고 강력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비대위원장으로 투트랙 체제를 꾸린 정 원내대표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