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혈중알콜농도 상승기 땐 측정시점 상관없이 유죄"

2016-05-15 13:40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혈중알콜농도가 일정수준 이상이고 장시간 술을 마신 뒤 운전했다면 음주측정시점과 상관없이 유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나모씨(53)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그동안 혈중알콜농도 측정시점이 음주 후 1시간 30분 이내인 경우, 적발 즉시 측정된 수치가 아니라면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혈중알콜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특정치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이 같은 관행에 적지 않은 변화가능성이 점쳐진다.

사람에 따라 30분 정도 편차는 있지만 통상 혈중알콜농도는 술을 마신지 1시간을 전후한 시점에 가장 높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음주운전 적발시점과 혈중알콜농도 측정시점에 일정한 시간차가 있고 평균적으로 혈중알콜농도가 상승하는 시점에 측정된 경우, 실제 운전한 시점의 혈중알콜농도가 처벌기준을 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려왔다.

나씨도 그와 같은 경우였다. 2013년 9월 10일 오후 10시46분께 나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를 몰다 갓길에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피해차량에 타고 있던 승객 2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찰의 사고처리 과정에서 나씨의 음주사실이 드러났고, 음주측정결과 혈중알콜농도는  0.117%의 만취상태였다.

검찰은 나씨를 음주운전과 음주교통사고 혐의로 기소했지만 1·2심 법원은 과거 판례에 따라 "사고시점의 혈중알콜농도가 단속기준을 초과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2심은 '최종 음주시점이 사고당일 오후 10시30분이고 16분후에 사고가 났지만, 음주측정 시점은 사고 30분 뒤인 11시21분께였다'면서 '혈중알콜농도 상승기에 해당한다'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