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중동 붐' 선봉 선 해수부, 이란 바닷길 '활짝'

2016-05-12 11:14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초 이란을 방문해 52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합의를 이끌어내며 '제2의 중동 붐'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 핵심사업인 조선업과 건설업이 최악·최장의 수출부진을 기록하며 '수주 절벽'에 내몰린 상황에서 거둔 성과여서 한국경제에 단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대규모 경제효과를 가져올 한-이란 경제협력의 선봉에 서 있다. 20년만에 체결된 해운협정으로 우리 국적 선박이 이란 항구로 들어갈때 '내국민 대우'를 받아 자유롭게 양국 항만에 입항할 수 있게 됐다. 

또 해운협정과 함께 항만개발협력과 해양수산협력 양해각서(MOU)까지 체결, 이란과의 경제교류가 탄력을 받는 밑거름을 마련했다.

◆ 20년 협의 끝에 이뤄낸 한-이란 해운협정

한국과 이란의 해운협정은 지난 1996년 협의를 시작한 이후,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로 협의가 장기간 중단됐다가 20년만에 결실을 맺었다.

이번 해운협정의 목적은 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예상되는 해운물동량 증가에 대비, 국적 선사의 원활한 영업지원을 통한 대이란 해운시장 진출을 넓히는 데 있다.

우선 양국의 국적선사가 운영하는 선박은 상대편 국가 항만에 자유롭게 입항할 수 있다. 또 한국과 이란 선사가 상대편 항만에 지점을 설립하고, 본국으로 자금을 송금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아울러 양국은 상대가 발급한 선박문서와 선원신분증명서를 인정해 이란에 기항하는 한국 선사들이 안정적으로 영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선박 운항, 영업의 자유 보장 및 선박·선원 문서 상호 인정을 통해 국적 선박·선원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막을 수 있고, 안정적인 영업도 가능하다.

협정체결전에는 현지 지사 운영, 선박 기항 및 선원 신분 증명 등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없어 자의적인 조치에 의한 부당 대우시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협정체결후에는 한국 국적 선박과 선원이 이란 국민과 같은 대우를 받아 확실한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특히 제재해제 이후 물동량 증가가 예상되는 원유, 자동차 등의 이란 해운시장에 대한 국적 선사의 진출 확대도 기대를 높이는 이유다.

해운협정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많은 국가와 맺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세계 6위 수출국인 우리나라는 1956년 미국(현재 2위 수출시장), 1993년 중국(최대 수출시장) 등 23개 국가와 해운협정을 맺은 상태다.

◆ 이란 항만개발수요 증가…해수부 선제적 항만개발협력 MOU 체결

이란은 경제제재 이후 인프라 건설, 교역확대 등으로 항만물동량 증가가 기대된다. 그러나 항만시설과 운영시스템이 낙후돼 항만개발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해수부는 이란 정부와 항만개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사업 타당성 조사를 통해 항만·운영시스템 현대화사업을 진행한다.

이란은 샤히드 라자이항, 이맘 코메이니항, 안잘리항 등을 개발 중인데, 우리 정부에 샤히드 라자이항의 개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MOU 주요 내용은 △항만마스터플랜 수립과 사업 타당성 조사 지원 △항만 분야 기술·경험 공유 △항만개발 정보교환 △관심 개발프로젝트 공동참여 △항만전문가 인적교류·훈련 등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항만개발협력 MOU로 이란 항만 인프라 시장에 대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며 "이란 최대 컨테이너항만인 샤히드 리자이항 컨테이너부두 크레인 12기 설치(약 1억4000만 달러) 사업 수주를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민자사업으로 진행될 2억6000만 달러 규모의 3단계 '컨'부두 개발사업에도 한국이 진출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 해양수산협력 MOU 체결…이란 수산식품시장 잡는다

양국은 해운협정과 항만개발협력 MOU와 함께 해양수산협력 MOU도 체결을 완료한 상태다.

해양수산협력 MOU를 통해 양식기술 이전 등 수산·양식협력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이란 수산식품 수출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그간 경제제재에도 불구, 통조림용 참치원료 등의 수산물 수출은 이뤄져 왔다. 지난해 기준 대 이란 수산물 수출은 2100만 달러로,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 13위를 차지했다.

이란의 경우 독자적인 할랄(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하며, 아랍어로 '허용된 것') 인증이 없어, 타국 할랄 인증 취득 상품에 대해 인정해 왔다.

단 어육 소시지, 식용 소금의 경우 이란국립표준산업연구소(ISRI)에서 발행한 적합성 인증을 획득해야 수출이 가능했다.

해수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지사가 있는 두바이를 수출 거점으로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무슬림 친화형 가공수산식품 개발·상품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 할랄인증 지원을 확대하고, '해외시장분석센터(KMI)'를 통해 중동지역의 시장동향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경철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이란은 원유, 천연가스 등 자원부국이자 인구 8000만명 규모의 중동 최대 시장이다. 경제제재 해제후 교역과 이란내 프로젝트 증가에 따른 해운, 선박검사, 항만개발 진출 등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것"이라며 "해운협정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이란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