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규제당국의 잇따른 M&A 불허... 英 이통사 쓰리와 O2 합병 무산

2016-05-12 10:48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11일(현지시간) 영국 이동통신사 O2와 쓰리의 인수합병은 비용 상승과 소비자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강한 우려를 언급하면서 양사의 합병을 거부했다. (사진제공=EU)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미국과 유럽에서 경쟁업체간 인수합병(M&A)이 규제당국의 불허로 잇따라 무산되면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 승인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등 해외매체는 11일에서 12일에 걸쳐 미국과 영국 규제당국이 잇따라 대형 M&A를 불허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블룸버그는 이제는 규제당국이 경쟁업체간 합병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연이어 불허 방침이 내려진 영국과 미국의 사례는 이동통신업체 간 M&A와 문구용품 소매업체 간 M&A 건이다. 이들 업체들의 M&A규모는 200억 달러(약 23조원)에 이른다.

유럽연합(EU)은 11일(현지시간) 홍콩의 복합기업 CK허치슨 홀딩스가 신청한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의 영국 사업부문 'O2'의 102억 5000만 파운드(약 17조원) 규모의 인수를 불허했다.

허치슨의 영국자회사 '쓰리(Three)'와 'O2'의 합병이 실현되면 새로운 영국 1위 이동통신 사업자가 탄생할 예정이었으나, 바로 직전 미국 워싱턴에서도 문구용품 소매업체 '스테이플스'와 '오피스디포'의 63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M&A 계획이 무산됐다.

EU규제당국이 이동통신사업자간 M&A를 불허한 이유는 △소비자 선택권의 제한 △소비자 요금 인상 우려 △기업의 혁신 제한 등 3가지로, 이제까지 불허된 대부분의 M&A 안건과 유사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된 M&A 건 중 현재까지 무산된 안건의 규모는 9080억 달러(약 1058조원) 규모다.

미국의 반독점법 전문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규제당국은 전통적으로 미국보다 M&A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최근 미국 당국도 유럽 수준으로 심사를 엄격히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경쟁업체간 M&A의 심사가 엄격화되는 추세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에서 추진 중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 안건은, 미국과 영국 사례와 달리 동종업체간 M&A가 아닌 이종업체간 M&A로 섣불리 국내 사례와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근 방송·통신 업계 M&A 사례를 살펴보면, 동종간 M&A는 시장과 산업환경에 따라 승인·불허 결정이 갈리지만, 이종에는 불허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 안건을 심사 중이지만, 기업결합 심사기간이 150일을 넘어가면서 국내 M&A 심사 최장 기록을 경신한 상태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최장 120일로 지난 3월말까지지만, 자료보정과 추가 자료요청에 소요된 시간은 심사기간에서 제외된다. 

당초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 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4월 중 채택할 방침이었으나, 2주에 걸친 기업결합 당사자의 의견수렴 과정까지 감안할 경우 더욱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관계자는 "공정위의 심사가 길어지고 있는 점과 최근 미국의 M&A 심사과정이 엄격해진 점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라며 "경쟁업체간 M&A 심사과정이 엄격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