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자녀 교육 위해 미국으로 이민을?
2016-05-09 07:00
곁보기와 다른 경쟁과 경제적 부담 기다려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는 한국 가정들이 밝히는 대표적인 이민 이유 중 하나는 ‘자녀 교육’이다. 아이들을 한국의 ‘입시 지옥’에서 해방시켜 주고 부모들은 허리가 휘는 사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이민을 계획하며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으로 머나먼 미국까지 온 한국인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생각했던 미국 교육이라는 이상과 막상 이민 와 직접 맞닥뜨리는 현실의 커다란 차이에 당황하게 된다.
지역이나 교육에 대한 눈높이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한국인들이 흔히 ‘교육 이민’을 오는 지역의 교육열과 그에 따른 경쟁 분위기는 한국, 그것도 서울 강남보다 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경쟁 과정에서 부모의 경제적 능력, 즉 ‘돈’이 미치는 영향력이 한국보다 더 크다는 것은 미국에서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했거나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 상당수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들을 일컫는 아이비리그 대학들 뿐 아니라 대부분 주요 대학들의 합격률이 최근 계속 낮아지며 이들 대학에 진학하기가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공부 좀 한다’는 한국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던 명문 주립대 진학 역시 해마다 더욱 어려워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지만 입시 학원들에게는 오히려 호재가 된다. 때문에 여름방학을 앞둔 요즘 미국 내 주요 도시들에서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선 수많은 입시학원들의 학생 유치 경쟁 열기가 대단하다.
여름방학 동안 미국의 ‘대입 수능 시험’인 SAT 등을 준비하는 약 8주 과정의 수업을 듣기 위한 학원비는 3000달러(345만원)를 훌쩍 넘는다.
여기에 최근에는 학생들의 ‘스펙 쌓기’까지 학원을 통해 이루어진다. 자기소개서에 한줄 쓰기 위한 양로원, 동물보호소 등에서의 자원봉사 활동까지 학원에서 돈을 받고 연결시켜주고 있어 학원비 부담은 더욱 커진다.
SAT류의 시험은 축적된 지식 외에도 반복 훈련을 통해 점수 향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무릅쓰고 적어도 한 번은 학원의 여름방학 과정에 등록을 하고 있다. 제아무리 공부를 혼자 알아서 잘 하는 학생 가정에서도 이를 외면하기는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여기에 학기 중에도 학원을 다니고 음악이나 운동 등 과외활동까지 하려면 사교육비 부담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이를 위해 아빠들은 밤낮으로 ‘투잡, 쓰리잡’을 뛰고, 엄마들은 식당 종업원부터 건물 청소까지 닥치는대로 일을 한다.
대학 진학을 위한 학원에서의 준비 뿐이 아니다. 최근는 의과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대학생들이나 대학 졸업생들까지 고가의 비용을 들여 학원에 다닌다.
이들 학원에서는 대학생들의 과제물부터 수강 과목 선택 등 학점 관리를 도와주고 외부 전문가들과의 공동 연구논문 작성, 병원 봉사 활동 등 스펙까지 만들어주는 대가로 SAT 학원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학원비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돈이 없어도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명문대에 진학해 장학금 받고 공부할 수 있다” 또는 “한국에서 빈손으로 미국에 유학,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됐다”는 등 과거 ‘아메리칸 드림’ 스타일의 성공 스토리를 이제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