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장 패러다임-상] 온라인 따라잡은 모바일 게임, RPG 추세는 당분간 '쭉'

2016-05-08 17:34

[=임이슬기자 90606a@]


[편집자주] 국내 모바일 게임이 PC온라인 게임의 규모를 따라잡았다. 불과 5년 전 1조원을 밑돌던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올해 4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온라인 게임 시장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다만 모바일 게임 전체 이용자 수는 정체 현상을 보이며 이용자 유입 속도도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라 양적 성장이 사실상 끝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화하는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와 전망을 짚어본다.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역할수행게임(RPG)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의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만 봐도 RPG 게임이 상위권 대부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8일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앱 리스트를 보면 상위 10개 게임 가운데 넷마블게임즈의 '세븐나이츠', 넥슨의 '히트', 웹젠의 '뮤오리진', 네시삼십삼분(4:33)의 '로스트킹덤' 등 절반 이상이 RPG 게임이다. 지난 1~4월 순위만 봐도 히트, 세븐나이츠, 뮤오리진, 레이븐, 별이되어라 등은 꾸준히 상위권이다.

모바일 게임시장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2012년에만 해도 '애니팡'을 시작으로 위메이드의 ‘윈드러너’, 넥스트플로어의 ’드래곤 플라이트’ 등 적은 개발비를 투입해 단순한 조작 방식의 캐주얼 게임이 주를 이뤘다.

특히 애니팡은 카카오 게임하기라는 채널링 서비스를 이용해 '하루 서비스 이용자 수(DAU)' 1000만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다만 시장에 뛰어드는 게임사들이 많아지면서 게임 수명은 짧아졌고, 경쟁과 함께 게임 출시를 위한 비용도 함께 증가했다.

더구나 캐주얼 게임의 수익 모델은 게임 이용 횟수를 늘려주는 아이템 판매에 지나지 않았고 게임사들은 투자 금액 회수에 신경 쓰게 됐다. 이때부터 게임사들은 수익 모델을 도입하기 쉬운 RPG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됐다.

김한경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익 모델이 탑재된 RPG 등장으로 인해 2013년에 국내 모바일 게임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2014년 4:33이 개발한 블레이드의 흥행을 시작으로 높은 퀄리티 RPG 게임이 잇달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블레이드는 모바일 게임 역사상 최초로 온라인 게임을 제치고 2014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을 받은 바 있다. 또 출시 6개월 동안 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RPG는 단어 그대로 캐릭터를 선정해 꾸준히 육성해나가는 장르다. 게임을 시작할 때 유저는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고르고, 임무를 수행해나가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여기서 캐릭터 육성에 따라 장비나 경험치 등의 보상이 제공되며, 어려운 난이도의 임무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높은 레벨과 강한 무기, 갑옷 등이 필요하다.

본래 RPG 게임은 이야기 진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등장하며 많은 유저와 함께 게임을 즐기게 됐고 이는 자연스레 유저들 간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후 초점은 캐릭터 육성에 맞춰졌으며 RPG 유저들은 남들보다 더 강해지기 위해 시간과 자본을 투입하게 됐다.

유저 입장에서 1인칭 슈팅게임(FPS)과 같은 대전 장르는 조작 능력이나 판단력이 게임의 결과를 좌우한다면, RPG는 돈 쓴 만큼 강해질 수 있다. 현금으로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어 유저들은 과금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든 셈이다.

RPG는 유저들의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잘 만든 RPG는 오랜 기간 현금창출원 역할을 한다. 또 모바일 액션 RPG에 '오토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보는 맛과 손쉬운 육성의 재미를 담아 유저의 이탈도 낮췄다.

이에 전문가들은 게임 퀄리티 향상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도입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RPG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 유저 모집이 어려워진 만큼 게임사들은 비용 회수가 쉬운 수익 모델을 수립할 것이다. 중소형 게임사들은 하드코어 RPG 게임을 주력 타이틀로 내세우는 와중에 손길이 뻗치지 않는 곳을 공략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