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이빌론이 물었다, 너 나 우리가 될래요?
2016-04-29 18:22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비가 올 때 한 여자가 우산을 쓰고 걸어가요. 맞은편에서 오던 남자가 그 여자를 봤어요. 첫눈에 반한 남자는 여자를 따라가죠. 알고 보니 그 여자도 이 남자에게 끌림을 느꼈던 거예요. 서로 마주한 남자와 여자. 둘다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론 서로를 향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아주 본능적인, 경계가 없는 사랑의 시작이죠."
언뜻 영화의 한 장면인가 싶지만 실은 노래 설명이다. 최근 새 앨범 '비트윈 어스'를 발매한 R&B 싱어송라이터 베이빌론은 25일 아주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신곡 '비오는 거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고 이제 새 앨범으로 베이빌론은 대중과 경계가 없는 사랑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비트윈 어스'에는 모두 두 곡이 수록돼 있다. 타이틀 곡인 '너 나 우리'와 핫펠트(원더걸스 예은)와 함께한 듀엣곡 '비오는 거리'가 그것이다. 두 노래는 서로 다르지만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대중에게 건네는 손길이다.
피처링 가수로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솔로를 준비하며 부담도 있었다. 그는 "내 걸로 나오는 거니까 더 신경쓰게 되고 더 예민하고 민감해질 수밖에 없더라. 숨소리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앨범을 내기까지 6개월~7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단 두 트랙으로 구성됐지만 실은 더 많은 노래들을 작업했다. '비트윈 어스'는 솔로 가수 베이빌론의 시작일 뿐이다.
인터뷰 자리에서 '너 나 우리'를 살짝 미리 들려준 베이빌론은 "예전 블루 노래 느낌이 난다"는 평가에 이렇게 답했다. 그가 좇는 것은 트렌드가 아니다. 과거를 기둥으로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입힌 것이다. 베이빌론의 신곡들을 듣고 '요 근래 이런 R&B 싱어가 있었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아마 우연은 아니었으리라.
물론 지금 현재의 대중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심이 있는 건 당연하다. 작업한 여러 곡들 가운데 '너 나 우리'와 '비오는 거리'를 먼저 들고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계절과 맞으며 리스너들의 공감도 불러올 수 있을만한 곡으로 엄선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 가디건을 걸치고 봄비를 바라볼 때 생각이 날 법한, '너 나 우리'와 '비오는 거리'는 어슴프레한 봄의 저녁과 잘 어울린다.
"지코 노래 '너는 나 나는 너'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너무 사랑하면 나는 네가 될 수 있고 너는 내가 될 수 있잖아요. 그런 사이가 되면, 그러니까 너는 나이고 나는 너인 그런 관계가 되면 상대를 어떻게 함부로 대할 수 있겠어요. 어떻게 함부로 거친 언어를 쓰고 상처를 내고 모진 말을 하겠어요. '너', '나', '우리'라는 단어 자체가 쉽게 쓸 수 없는 소중한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대중과 소통하고 싶죠. '너 나 우리'와 '비오는 거리'를 듣고 '나도 저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께 힘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