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몰린 구조조정] 정부 노림수 “대량실업 땐 추경 가능”

2016-04-25 15:19
정부, 추경 분위기 만드는데 실업 부추기는 모양새
기업 구조조정은 적자에 허덕이는 국책은행 몫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면서 국책은행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대량 실업사태 등 후폭풍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5일 정부기관 및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박근혜 정부는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명목으로, 추가경정(추경) 예산 분위기를 만드는데 애쓰고 있다. 명분상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하면 추경 상정이 가능해진다. 

기업과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가 추경을 위해 대량실업 사태를 의도적으로 조장할 경우, 가뜩이나 저성장에 내몰린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후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이는 가뜩이나 부실화 가능성이 큰 국책은행에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현재 분위기는 구조조정에 대한 총대를 국책은행이 짊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매년 적자에 시달리는 국책은행이 구조조정을 위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의도한 기업 체질개선 이전에 국책은행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이미 구조조정에 사용할 자금이 부족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경기 침체 여파로 여신 기업의 건전성이 악화돼 대규모 충당금이 쌓였고, 1998년 이후 최대인 1조8951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산은은 최근 3년새 2조7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산은이 떠안은 부실채권(NPL)은 7조3270억원에 이른다.

수출입은행 역시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당기순익이 411억원에 그쳤다. 2014년 853억원에서 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추경에 목을 메는 모습이다. 올해 추경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무리를 해서라도 추경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우려스러운 것은 대량실업을 명분으로 추경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가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직 추경편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대량실업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내부 움직임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추경 편성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구조조정으로 고용에 문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추경이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검토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추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발생할 일을 지금 한다, 안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경제가 많이 어려워지면 추경말고 추경보다 더한 수단도 동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달들어 추경 카드를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1분기 미니부양책이 생각보다 신통치 않자, 서둘러 추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유 부총리는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추경에 대해 속단할 수 없다”면서도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업이) 추경 요인이 된다면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 발언은 실제 추경을 정부가 상정하는 명분이 된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대량 실업은 추경요건에 포함된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업종뿐 아니라, 향후 진행될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당장 국내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3000명 이상 직원을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 형태로 내보낼 예정이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실업 등 부작용이 확산되면 정부가 하반기에 추경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재정을 확대 집행할 예정이다. 재정절벽을 막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별도 재정 보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