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두산’ 정재훈이 보여준 베테랑의 가치

2016-04-21 10:40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전성민 기자 =정들었던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1년 만에 다시 입은 정재훈(36)이 화려하게 돌아왔다. 두산의 상징적인 선수인 정재훈의 멋진 ‘잠실 귀환’이다.

7연승 중인 두산은 21일 현재 11승3패1무 승률 0.786로 KBO리그 선두를 질주 중이다. 막강한 선발과 불펜, 상하위타선을 가리지 않는 타선은 지난 시즌 챔피언 두산의 독주를 예상하게 하고 있다.

특히나 불펜의 선전이 놀랍다. 올 시즌 1승1패 8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21으로 두산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재훈이 있다.

2014년 장원준 보상선수로 지목돼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게 된 정재훈.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정재훈을 지목하며, 1년 만에 다시 손잡았다.

13 시즌 째 입고 있는 두산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정재훈이다. 정재훈은 20일 “처음 팀에 합류해서 후배들이 반겨줬을 때와 두산 팬들 앞에서 첫 경기를 치렀을 때 환호해주셨을 때 두산에 온게 와 닿았고 소름이 돋았다”며 팀에 1년 만에 돌아온 소회를 전했다.

베테랑의 역할은 분명 중요하다. 정재훈은 불펜에서 팀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고 있다. 올 시즌 9경기에 출전해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0.69를 기록 중이다. 마운드 위에서뿐만 아니라 더그아웃에서 정재훈의 역할은 중요하다.

“내가 조언을 해준 다기 보단 같이 섞여서 가고 있다. 와서 직접 보니까 지난해 우승한 선수들의 여유와 자신감이 많이 느껴진다. 함께 묻어서 굴러가는 것 같다”

정재훈은 두산의 수호신이었다. 2005년 30세이브, 2006년 38세이브, 2007년 25세이브를 기록하며 두산의 뒷문을 굳건히 지켰다. 이제 전성기는 지났지만 경험은 더욱 풍부해졌다.

“전성기는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지만 그때는 몸도 건강하고 공도 빨랐으니까 막 던졌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편안함이 있다. 그때는 불안감이 많았다. 당장 이걸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모든 선수들이 그럴 것이다”

정재훈은 지난 시즌 KBO리그 10경기에 출전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7.11로 부진했다. 가장 포기하고 싶은 상황이었지만 정재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정재훈은 “중요한건 지난해만으로 야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는 못했지만 내가 올해 이렇게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잘 던질 것이라는 것은 나도 몰랐고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야구를 꾸준히 하면 결과는 따라오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와 비교하면 오히려 스피드나 구위는 더 떨어져 있다. 스피드는 확실히 떨어져 있다. 다만 전략적으로 접근을 하면서 스피드의 부족부분을 메우고 있다. 전력으로 던질 수 있다는 부분도 크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정재훈은 손 감각이 정말 뛰어나다. 이것저것 던져보고 연구해가면서 먹힌다 싶으면 그날 경기에 바로 쓰더라"고 놀라워했다.

정재훈의 부활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야구 하나만 바라본 정재훈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공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