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밈과 여백의 문화, 한지’ 전주가 천년을 지켜간다

2016-04-21 09:12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10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품질을 간직한 한지가 생산되는 도시, 전북 전주 한지만의 자랑이다. ‘지천년견오백(紙千年絹五百)’이라는 말이 있다. 비단도 수명이 500년에 불과한데 한지는 100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다는 뜻을 간직한 전주 한지를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은 천연소재인 중성지 한지가 가진 천년의 수명은 단순히 종이의 수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의 수명이자 전주 문화의 생명을 의미한다. 전주는 1000년의 생명을 이어오는 한지의 도시이다.
 

▲전주 한지문화축제 현장 자료사진[사진제공=전주시]


닥나무의 질감에 식물의 뿌리, 잎, 줄기에서 얻어진 천연염료로 때깔을 입혀 만든 전통수공예품인 한지는 우리 옛 선조들의 혼과 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우리의 정신이다. ‘스밈과 여백의 문화’ 한지의 명맥을 확고히 이어오고 있는 도시 전주는 한국에서의 색다른 문화, 한국적인 정취를 산업으로 탄생시키고 있다.

전주의 한지는 조선시대부터 임금님에게 상납하던 진상품으로 오늘날까지도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며 각종 공예품, 생활용품으로 우리의 생활 속에 뿌리 깊이 살아 숨 쉬고 있다.

현재까지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고미술품 등 지류문화재 복원종이로는 주로 일본 화지가 사용돼왔다. 이에 정부는 유럽 등 세계각지에서 지류문화재 복원 종이로 쓰이는 화지를 한지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지(韓紙) 세계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한지 한류(韓流)’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전주한지는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한지 한류의 중심에 서있다. 전주시와 외교부, 전북도는 지난 3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주시애틀총영사관과 주프랑스대사관, 주모로코대사관 등 재외공간의 핵심공간인 접견실과 만찬장, 응접실, 민원실 등을 한지의 멋을 살린 한스타일로 연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교현장인 해외공관과 대사관 내부를 벽지와 조명, 공예품 등을 한지와 한지공예제품으로 꾸며 대한민국의 전통미와 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다.
 

▲전주한지문화축제 개막식 자료사진[사진제공=전주시]


시는 또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프랑스로부터 145년 만에 반환된 ‘외규장각 의궤’ 중 ‘영조정순왕후 가례 반차도 행렬’을 전주한지공예를 통해 재현하는 ‘외규장각 의궤 반차도 한지공예 재현 및 해외전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역사자료 재현사업을 통해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취지다. 시는 이 사업을 통해 올해까지 반차도 14면에 달하는 한지공예인형 900여점을 재현, 프랑스 내 박물관 등에 전시할 계획이다. 오는 2018년까지 반차도 50면, 총 3,700여점의 한지공예인형 재현도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한지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상품이자 한국의 정신문화이다. 세계문화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다”며 “전주한지를 통해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지의 전통성 회복과 한지무형문화재 지정 등 한지산업 육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