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총선 공약 ‘장기소액채권 소각 및 죽은 채권 추심금지’ 놓고 금융권 내 공방전
2016-04-20 20:00
저소득·저신용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의견과 채무자 입장만 지나치게 대변한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민주는 총선에서 금융과 관련 총 3단계에 걸친 공약을 내걸었다.
금융권 내외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2단계 공약인 '죽은 채권 관리강화' 방안이다. 더민주 내에서 이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 비례대표 9번으로 당선된 제윤경 쥬빌리은행 대표다.
그는 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사들이 대부업체 등에 넘긴 부실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제도권 금융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원금의 1~3%에 불과한 헐값에 대부업체 및 추심업체에 양도해왔다. 이를 넘겨받은 추심업체들은 원금의 50% 이상을 탕감해주겠다며 법률적으로 무지한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소멸시효를 다시 살려낸 후 이익을 취했다는 지적이다.
이재선 대부협회 사무국장은 "아무리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더라도 돈을 빌려준 사람이 (채무자에게)갚으라고 말하는 권리마저 없애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빌려준 사람이 자신의 재산권 손실에 대해 채무 이행 요구를 하는 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합법적으로 빚을 탕감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매우 잘 갖춰진 것으로 세계에서도 손꼽힌다"며 "개인회생과 파산 등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추심을 제재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제윤경 대표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이 공약은 저신용자나 저소득자를 무조건 도와주자는 게 아니다"며 "적어도 채권·채무 관계에서 일정한 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채권에 대해 추심이나 매각을 금지하는 게 아니다"며 "채권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충분히 추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외면한 후에 왜 부실채권을 시장에 내놓는가"라며 반문했다.
또 "시효 완성 전에 간단하게 법원에 지급명령 소송 한번이면 해결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시효 기간이 지나길 기다린 후 추심을 하는 것이 문제"며 "법률적으로 무지한 채무자들을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1단계인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 소각에 대해서 제 대표는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280만개의 채권 중에서 178만개는 참여정부 시절에 이관받은 것"이라며 "소각에 세금 투입 등 큰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법적으로 정비가 안 된 부분을 금융사들이 악용한 측면이 존재했다"면서 "그러나 채무자의 모럴해저드 등을 고려해 금융사나 채무자가 악용하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