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닮아가는 25년 '인생의 길'…'2016동시대미감'展
2016-04-22 01:00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오는 5월 4일부터 7월 3일까지 조각가 이재효 개인전 개최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개념이 중시되는 현대미술 작품을 전문가의 도움없이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돌, 못 등의 재료로 작업을 하는 '자연주의 작가' 이재효(51)의 작품은 그렇지 않다. 그는 한눈에 봐도 고개가 주억거려질만한 재료, 제작 방법 등으로 관람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성남문화재단(대표 정은숙)이 운영하는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이하 큐브미술관)은 오는 5월4일부터 7월3일까지 '2016동시대미감'展 'Walking with Nature: 이재효'를 개최한다. 동시대미감전은 이미지 과잉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자연과 과학이 충돌, 공존하는 동시대의 현상을 반성적으로 이해해보고자 기획됐으며, 그 첫째 순서로 조각가 이재효의 개인전을 마련했다.
이재효는 미국, 일본, 중국, 스위스, 호주 등 세계 각지의 미술관·호텔·기업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조각가이며, 1998년 오사카 트리엔날레 조각 대상, 2008년 베이징올림픽 환경조각 작품전 우수상, 2005년 일본 효고 국제 회화 공모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25년 작품인생을 집대성한 것으로 큐브미술관, 갤러리808, 야외공간 등 성남아트센터 공연장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펼쳐진다. 성남문화재단 개관(2005년) 이래 단일기획전시로서는 가장 큰 규모다.
전시장에는 버려진 사물들을 결합한 작품 등 다양한 드로잉 400여점을 비롯해 그의 대표적인 나무, 못 작품 130여점, 그리고 미공개 대형 신작 등이 선보인다. 주 전시장 입구에 나뭇잎과 돌을 매달아 40m 길이로 조성한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산책을 하듯 자연스럽게 자연의 본질에 다가가는 기분이 든다. 특히 그을린 금강송에 스태프들 가족 이름까지 못으로 이미지화한 작품은 못작업의 처음과 끝을 한눈에 보여주며 그의 따스하고 서정적인 호흡을 여지없이 드러낸다는 평가다.
이재효는 "작가 인생의 한 획을 긋는 의미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시각미술은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관람객들이 내 작품을 각자의 시각과 방식으로 느끼고 소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가슴에 슬쩍 담아두길 바라는 것일 게다.
그는 실제로 작품 안에 작가의 의도나 작가 자신을 반영하기보다 재료의 성질이 이끄는대로 작업을 하는 편이다. 서경아 큐브미술관 전시기획부 과장은 "나무의 투박한 껍질, 그 안에 숨겨진 부드러운 속, 아름답게 얽혀있는 선들을 기하학의 틀에 넣어 다시 바라봄으로써 재료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이재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질감' 결' 등의 단어들이다.
정은숙 대표는 "미술관 등록 만 3년이 지난 지금이 발돋움의 적기"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관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들에게 미술이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