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뜨거운 감자' 법인세 인상 현실화될까

2016-04-17 14:07
제1당 더민주 핵심공약…새누리당과 정부는 부정적
작년 10대 그룹 상장사 세전순익 8.7%↑·법인세 2.8%↓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지난 13일 치러진 총선 결과로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법인세 인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1당으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이 법인세 인상을 핵심 공약으로 강력하게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더민주는 총선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기업에 물리는 세금을 늘려 충당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구체적으로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현행 법인세 세율은 과표 2억원 이하 10%, 2억~200억원 20%, 200억원 이상 22%다.

더민주는 이를 과표 2억원 이하는 10% 그대로 두고 2억~500억원은 22%로, 500억원 이상 25%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1% △2억원 초과 25%였던 법인세율 구조를 완화해 현재는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22%인 3단계 구간이 적용되고 있다.

더민주는 법인세율 인상만으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4조1000억원씩 20조5000억원의 추가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또 △초고소득자 과세강화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 △음성탈루 소득과세 강화 등의 기타 조세개혁 조치를 통해 2021년까지 연평균 9조6000억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 같은 더민주의 공약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2014년 국세 통계를 분석한 결과,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14.2%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로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대 그룹 상장사들이 거둔 세전 순이익은 8% 이상 늘었지만, 비과세 세무조정에 따른 공제혜택으로 실제 부담한 법인세는 오히려 2.8% 줄어든 점도 이런 논의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재벌닷컴이 자산규모 상위 10대 그룹 소속 92개 상장사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작년 한해 이들 상장사가 부담한 법인세는 총 8조9450억원으로 2014년(9조2000억원)보다 2.8%(2550억원) 감소했다.

이는 10대 그룹 상장사가 작년에 올린 세전 순이익이 50조7710억원으로, 8.7%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세전 순익 증가에도 10대 그룹 상장사의 법인세가 줄어든 것은 비과세 수익이나 세액공제 등 세무조정을 거쳐 3조3000억원의 세금을 공제받았기 때문이다.

공제액은 법정세율에 따른 전체 법인세(12조2720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공제 혜택으로 법인세 유효세율(세전 순이익 대비 실제 부담한 법인세를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은 17.6%에 그치면서 1년 전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제3당의 지위를 확보한 국민의당도 공약에 법인세 인상을 내걸진 않았지만, 과거 흐름을 감안할때 인상에 찬성하는 뜻을 같이한다는 점도 인상논의에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법인세 인상을 적극 반대하고 있어, 야권의 법인세 인상에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총선공약으로 확장재정의 강화를 강조했고,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해왔다.

정부 역시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경제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법인세 인상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이 아니라, 법인세율의 원상복귀라고 해야 정상이다"며 "정부 재원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세제도의 개선이긴 하나, 경기상황을 면밀히 살펴 원상복귀 시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