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한국판 양적완화' 현실화 난항 예고

2016-04-13 19:38

한국은행[김세구 기자 k39@aju]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4·13 총선이 끝남에 따라 새누리당이 공약으로 내건 '한국판 양적완화' 현실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단순히 선거용 공약 차원에 그치지 않고 입법까지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선거 결과가 당초 예상과 달리 나옴에 따라 난항이 예상된다.

◆ '예상치 못한 결과'… 여당, '한국형 양적완화법' 난항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핵심 공약으로 내걸면서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던 한국판 양적완화 실현이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측에서 양적완화가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논쟁은 지난 3월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이 저성장 기조를 타파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과감하게 한국판 통화완화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한국형 양적완화법이란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이나 산업은행의 채권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말한다.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채권, 주택담보대출증권 등을 사들이고 이를 통해 공급한 자금을 활용해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한국은행법 제76조(정부보증채권의 직접인수)를 보면 "한국은행은 원리금 상환에 대해 정부가 보증한 채권을 직접 인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이를 수정해 한국은행이 정부 보증 없는 주택담보대출증권이나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 효과 불투명… 부작용 우려만

하지만 선거 결과가 당초 예상과 달리 나오면서 법 개정이 새누리당 공약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양적완화가 대기업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경제민주화에 역행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우리가 왜 IMF(사태를) 당한 줄 아느냐. 당시 1993년 새로 출범한 새누리당 전신인 민자당이 경제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지나치게 돈을 풀어 재벌들로 하여금 과잉부채, 과잉투자, 과잉시설을 낳게 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양적완화를 통한 경제 부양 효과는 불투명한데 반해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급준비제도, 공개시장조작 등 통상적인 통화정책 수단 이외에 긴급한 상황에선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나 신용시장 지원, 국채 매입 등의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내렸음에도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등 비상시에 사용하는 방안으로 현재 국내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준금리가 아직 1.5% 수준이어서 추가 인하 여력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최근 일본, 유럽 국가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양적완화 정책을 펼침에도 경기 회복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엔화 가치 급등 등의 부작용만 나타나고 있어 정책의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권과 정부는 단기적인 시각에서 돈을 풀어 고용을 늘리고 성장률을 높이고 싶겠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 19일 예정 금통위에 쏠린 눈

상황이 이렇자 시장의 눈은 오는 19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4월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정안도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아직까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양적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이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 총재가 특정 정당의 공약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한은이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음달 금통위부터 국책연구기관 및 정부 부처 출신의 새로운 금통위원들이 참여하게 됨에 따라 내부 기류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양적완화 주장에 대해 "일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선거 이후 재정과 통화정책을 조합한 경기부양 조치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