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1일(현지시간) 신생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생각보다 훨씬 무서운 질병이라고 경고했다.

앤 슈챗 CDC 부소장은 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지카 바이러스는 임신 기간을 더 길게 관찰해볼 때 (소두증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선천적 장애와 연관되어 있다"면서 "모기를 매개로 한 지카 바이러스의 전파 지역은 중남미에서 미국 본토로 북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카 바이러스가 계속 확산되고 있지만 당국은 얼마나 많은 신생아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소두증을 비롯한 선천적인 장애를 지닌 채로 태어나는지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카 바이러스 퇴치에 효과적인 약물 또는 백신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알레르기·및 전염병 연구소(NIAID)의 앤서니 포시 소장은 "지카 바이러스는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을 반드시 안다고 말할 수 없는 매우 특이한 균"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포시 소장은 의회에서 지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긴급 예산 편성이 늦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자금을 받을 수 없다면, 확산을 제때 저지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이 의회에 긴급 편성 자금으로 19억 달러(약 2조1793억 원)를 요청했다면, 우리(의료진)에게 그 19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카 긴급 예산 편성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의회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지난 2014년 편성된 에볼라 바이러스 긴급 예산을 포함해 5억8900만 달러를 지카 대응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CDC는 이 자금 중 390만 달러를 매주 두 배 이상 지카 감염자가 등장하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제공할 방침이다.

CDC 홈페이지에 따르면, 11일 현재 지카 바이러스 위험 지대를 여행하고 돌아와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민은 346명이다.

이 중 32명은 임신부이고, 7명은 성관계를 통해 감염됐다. 1명은 뇌 신경질환인 길랭-바레증후군(GBS) 증세를 보였다.

미국 내에서 모기를 통한 감염 사례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과학발전협회(AAAS) 연례회의에 참석한 패널들은 미국 내 지카 바이러스 및 소두증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마르코스 에스피널 전염성 질환 및 보건분석국장은 지카 바이러스가 감염에 따른 증상이 경미해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 크리스토퍼 다이 전략국장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수억 건에 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