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년 고용난 속 '단비'...현대차그룹 '채용고시' 인적성 HMAT
2016-04-10 14:56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10일 현대차그룹의 채용 두 번째 관문인 인적성 HMAT가 진행된 서울 송파구 잠실고. 오전 7시 30분 전부터 고사장 안내판 앞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응시생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느라 분주했다. ‘채용고시’라 불리는 현대차 인적성 시험을 앞둔 응시생들은 현대차에서 제공한 생수를 받아들고 얼굴엔 긴장감을 가득 안은 채 일렬로 고사장 안에 들어섰다.
이날 잠실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실은 38개로 총 1123명이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시험이 진행되는 고사장을 잘못 찾은 응시생도 있었다. ‘잠실고’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 못한 응시생 A(28·남)씨는 “학교 이름이 비슷해 착각했다”며 3.1㎞ 이내 거리인 ‘잠신고’로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이동하기도 했다. 오전 8시 10분이 되자 정문은 굳게 닫혔으며 지각생 없이 HMAT이 시작됐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7개 계열사는 이날 대졸 신입사원 채용과 인턴 채용을 위한 HMAT를 실시했다. 현대차는 서울 잠실고, 잠신고, 가락중, 부산 경남공고, 전주 우아중, 기아차는 반포중에서 시험을 진행했다. 현대·기아차 응시인원만 약 1만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의 HMAT는 삼성그룹의 GSAT, LG그룹의 LG웨이핏테스트 등 타기업 인적성 보다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특히 현대차 채용에서 역사 에세이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역사관이 뚜렷한 직원이 자신과 회사, 국가를 사랑할 수 있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2013년 하반기 채용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오후 1시 50분께 점심시간도 없이 시험을 치른 응시생들은 현대차에서 제공한 밥버거와 음료를 들고 차례로 귀가했다. 직원의 95%가 남성인 현대차답게 이날 응시생들도 남학생들이 대다수를 이뤘다. 이에 시험 종료 후 여유로운 여자 화장실과 달리 남자 화장실만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역사에세이는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이다. 르네상스의 의의와 영향에 대해 서술하는 것과 21세기에 어떠한 분야가 르네상스가 될 것인지 수험생들 자신만의 의견을 적으면 됐다. 응시생 B(28·남)씨는 “단순한 역사적 사건보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중점적으로 썼다”며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와 자율주행차 등 중점 사업들을 연관지어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응시생들은 공간지각 부문에서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응시생 C(25·여)씨는 “시중에 나와 있는 인적성 교재에서도 주사위 문제 등이 나왔지만, 이번엔 새로운 유형으로 출제됐다”며 “필기구를 쓸 수도 없어 머릿속으로 생각하느라 시간이 훌쩍 갔다”고 말했다. 또 논리판단 문제도 지문이 길고 어려워 푸는 데 시간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HMAT에 합격한 응시생은 26일부터 예정된 1차 면접(핵심역량면접 및 직무역량면접)을 치르고, 5월 24일부터 2차 면접과 신체검사 등을 거쳐 6월께 최종 입사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