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르포] 서울 마포을, 김성동 "마포 구민이 선택" vs 손혜원 "정청래와 함께"

2016-04-09 22:25

[사진=백현철 기자]


아주경제 김혜란, 백현철 기자 = 서울 마포을은 4·13총선에서 화제의 선거구 중 하나다. 공천에서 배제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전략공천된 손혜원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 의원을 대신해 출마한 손 후보와 맞붙은 상대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정 의원에게 패한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다.

정 의원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손 후보는 물론이고 김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이 지역의 관전 포인트다. 

손 후보의 선거 전략은 "손혜원의 당선은 정청래의 당선"으로 요약된다. 정 의원에게 향했던 표를 자신에게 끌어오려는 전략이다. 여기에 브랜드 전문가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손 후보는 "지금까지는 브랜드 가치를 올려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일을 했지만 마포에서 마포 브랜드와 디자인으로 주민들께 이익을 드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망원역 근처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동 새누리당 후보 선거캠프 제공]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김 후보는 정 의원 '아바타'로 전략공천된 손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하고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김 후보는 경선을 통해 마포 주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후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의원의 지지층이 오롯이 손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는 장담할 수 없다. 

상암동에서 만난 염한결(22)씨는 "주변 친구들은 정 의원이 당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왜 내치느냐고 정 의원을 감싸더라"면서 "손 후보 자체를 지지하기보다는 정 의원이 인기가 있어서 그 덕택에 손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서교동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정 의원이 지역을 위해 일을 잘했다"면서도 "더민주와 정의당 후보 중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막말 파동' 주인공이라는 점은 손 후보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지역 여론은 정 의원을 둘러싸고 '막말 논란'으로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지역구를 위해 헌신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공존한다.

상암동에서 만난 50대 김모씨는 "정 의원이 욕만 안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이미지가 좋지 않다"면서 손 후보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성산2동에 거주하는 이정인(65)씨는 "정 의원이 막말 때문에 나이 많은 분들한텐 아주 이미지가 좋지 않다. 정 의원이 더민주에서 후보 추천을 받아 출마했더라면 상당히 위험했을 텐데 손 후보는 새로 온 분이긴 하지만 '정청래 사람'이라 여론이 좋지 않다"면서 "정 의원이 손 후보 이후에 복귀하려고 한다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가 주변에 많다"고 전했다. 

서교동에서 만난 40대 여성인 정모씨는 "정 의원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 그래서 공천 탈락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고, 50대 여성은 "마포구민들은 2번"이라면서도 "이번에는 손 후보가 나왔는데 국회의원 할 외모는 아니다. 국회의원 모양을 내는 것 같은데 진실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상암동에서 만난 67세 한 남성도 "정 의원이 자꾸 막말을 해서 찍지 않을 것"이라며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상암동 월드컵파크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26세 안모씨도 "지지하는 정당은 없지만 새누리당이 이미지가 더 좋다"고 말했다. 

서교동에서 구두 수선을 하는 50대 박모씨도 "김성동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20대 김모씨는 "마포을은 야당이 계속했던 곳인데, 이번에는 여당 후보를 지지할까 생각 중이다. 어차피 양쪽 진영 다 시끄럽기 때문에 일을 잘할 것 같은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김·손 후보 외에도 국민의당 김철·정의당 배준호·노동당 하윤정 후보 등 야권 후보가 난립한 점도 막판 선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진=손혜원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 제공]


정 의원의 막말 사태와 새누리당 공천 파동,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배알' 발언 등 정치 불신을 자초하면서 정치에 혐오감을 느낀 유권자들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지지 정당이나 후보를 정하지 못한 '무당층' 표심의 향배가 판세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서교동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후보들이 너무 마음에 안 든다.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어 하는 짓마다 안 좋게 보인다"고 했고, 서교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그 당이 그 당이고 그 후보가 그 후보"라며 "구민을 위해 나서는 인물을 뽑아야 하는데 당리당략에 치우쳐 편 가르기만 해서 주민을 위해 일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진=백현철 기자]